[e슬기로운 투자생활]무역분쟁 대응책 요구하기 시작한 투자자들

美 베스트바이, 무역분쟁 악영향 설명부족…호실적에도↓
  • 등록 2019-05-27 오전 6:15:00

    수정 2019-05-27 오전 6:15: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요즘처럼 주춤하는 장세에서 상장사의 호실적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일 겁니다. 그런데 올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 체인 베스트바이만은 달랐습니다. 23일(현지시간) 베스트바이는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주가는 오히려 전날 대비 4.84%나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외신들은 베스트바이가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금방 그칠 소나기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에 대해 투자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습니다. 결산회견에서 무역분쟁이 사업에 끼칠 악영향에 관한 질문을 받은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CEO는 “실제 관세가 발효되는 것인지, 최종적으로 어느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해서 실적에 무역분쟁의 영향이 어느정도 끼칠지 추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까닭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국내외 기업들의 태도는 생각보단 여유로웠습니다. 무역분쟁에 따른 이익감소를 본격적으로 겪기 시작한 기업이 그리 많지 않았을 뿐더러, 언젠가는 양국이 타협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탓이죠.

그러나 이제 기업들이 더 이상 무역분쟁 앞에서 팔짱 끼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미국이 이제까지 관세를 매기지 않았던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매긴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추가 관세는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등 소비재 완제품 수요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죠.

실제 24일(현지시간) 신발 판매업체 풋락커는 예상을 하회한 실적을 발표하며 전날 대비 15.96%나 폭락했습니다. 향후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신발에 관세가 붙으면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나이키, 언더아머 등 미국 내 170개 신발회사가 미국 정부에 중국산 신발에 대한 관세 부과 추진 중단을 요청한 건 더 이상의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한 몸부림일 겁니다. 이런 시장의 흐름에서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무역분쟁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장사들을 외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죠.

한편 베스트바이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창고형 마트 비제이스 홀세일 클럽(BJ‘s Wholesale club)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투자자의 고평가를 받았습니다. 로버트 에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관세대상은 취급품목의 5%밖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동종 업계에 비해 영향이 적다”며 “추가 관세 부과가 실제 이뤄질 경우 일부의 가격을 올려 영향을 흡수하겠다”고 설명한 까닭입니다. 이날 비제이스 홀세일 클럽의 주가는 2.91% 올랐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그림자가 두 당사국의 경제에도 조금씩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역시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한국은 대중무역에서 중간재 수출비중이 높은데, 중국의 소비재 완제품들에 본격적으로 관세가 붙기 시작하면 완제품 뿐만 아니라 중간재 수요까지 덩달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품목을 보면 전기전자 및 기계 품목이 40%를 차지해 한국은 당장 중국과 경합 중인 IT부문에서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3000억달러 제품에도 추가 관세가 도입된다면 휴대폰·노트북 등 완제품 공급망에 속한 국내기업들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젠 당장의 호실적 보다도, 상장사가 얼마나 무역분쟁 대책마련을 잘 해놓았는지에 따라 주가가 반응하는 시절이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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