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상시험없이 자동심장충격기 허가해 불량 난립"

국내1위 자동심장충격기 업체,씨유메디칼 나학록 대표
국내 자동심장충격기(AED) 시장 점유율 50% 돌파
세계 70여개국 수출 글로벌 AED 강소기업
중국 쯔보커쯔싱로봇과 손잡고 의료용 로봇시장 진출
  • 등록 2019-06-20 오전 5:30:00

    수정 2019-06-20 오전 5:30:00

나학록 씨유메디칼시스템 대표는 “유럽,미국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판매하려면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도 허가를 받을수 있어 불량품이 난립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 제공
[이데일리 류성 기자]“미국 시애틀에서는 10명 이상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설치돼 있다. 인구 60만명 가량인 이 도시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만 50만대에 달한다. 이 덕분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불상사가 이 도시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자동심장충격기 시장 60%를 차지하는 씨유메디칼(115480)시스템의 나학록 대표는 국내에서는 여전히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주어 생명을 살리는 AED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나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가 폭넓게 활용되지 않고 있지만 해마다 이 장비 덕분에 심장마비를 겪고도 생명을 구한 사람이 300명 가량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세계 시장 규모 100만대…한국은 5000대

씨유메디칼은 지난 2001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동해 지난 18년동안 자동심장충격기를 비롯해 응급의료기기를 전문으로 개발해온 업체다. 아시아 최초, 세계 6번째로 자동심장충격기 개발에 성공했다. 영국, 일본,미국 등 세계 70여개 국가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수출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이때 다년간 쌓아온 전기·전자 제어기술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심장충격기를 개발할수 있겠다는 자신감에서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나 대표는 당시 심장충격기를 전량 수입하다보니 사회적으로 쓰임새가 미미한 상황에서 순수 국산 기술력으로 제품 국산화에 성공시키면서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하지만 자동심장충격기 만큼 사업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수 있는 분야는 드물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 대표는 “자동심장충격기는 자칫 사망에 이를수 있는 심정지 환자를 살려내는 제품이다보니 그야말로 인간의 생명을 살린다는 표현이 어느 의료기기 제품보다 직접 와 닿는다”며 “회사 직원들도 내가 만든 제품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는 보람과 자긍심이 남다르다”고 소개했다.

씨유메디칼이 수출하는 70여개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국이다. 영국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나 대표는 “영국심장협회에서 우리 제품의 품질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준 게 영국시장을 장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자동심장충격기를 판매하려면 반드시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도 허가를 받을수 있어 문제가 많다.”

그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자동심장충격기 가운데 상당수가 품질이 떨어진 불량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불량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여전히 사용되는 것은 제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불량 자동심장충격기를 심장마비가 온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르더라도 응급처치가 늦어서 그런건지, 제품이 제대로 작동이 안되서 그런건지 정확한 원인파악을 할수가 없어 유야무야 넘어가는 실정이라는 게 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에서 제품의 품질을 중시하지 않고 최저가 입찰만 고집하다보니 품질력이 떨어진 자동심장충격기가 범람하고 있는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판매한 자동심장충격기는 모두 3만대에 달한다. 세계 시장규모는 100만대 수준이다.이에 비해 아직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않은 국내시장 규모는 불과 5000대에 그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의료용 로봇분야로 미래성장동력 확대할 것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이제 주력 품목인 자동심장충격기 제조과정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발판으로 의료용 로봇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찾고있다. 나 대표는 “AED 사업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최첨단 제조기술과 품질관리시스템은 의료용 로봇 제조에서도 요구되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에 의료용 로봇사업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중국 쯔보커쯔싱로봇유한공사와 손을 잡고 우선적으로 중국시장에서 의료용 로봇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세계 최대규모 병원인 301병원에서 7월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나 대표는 “의료용 로봇에 대한 중국내 임상시험은 2020년 완료하고 빠르면 2021년부터 중국내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서도 쯔보커쯔싱로봇의 의료용 로봇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중국시장에서 단기간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미 쯔보커쯔싱로봇은 본사가 위치한 산동성 정부로부터 의료용 로봇 공장건설을 위한 정책자금 200억원을 지원받았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이 사업의 파트너인 쯔보커쯔싱로봇에 지분 10%를 투자해 ‘혈맹관계’를 맺었다. 씨유메티칼시스템은 쯔보커쯔싱로봇에 향후 10년간 로봇 부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나 대표는 “수술편리성과 가격측면에서 세계최대 의료용 로봇회사인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보다 경쟁력을 갖춘 의료용 로봇이어서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회사의 원격진료시스템을 지난 2009년 태국에 수출한 경험이 있다. 응급차로 심정지 환자를 이송중일때 병원의 의사들과 원격통신을 통해 효과적인 자동심장충격기 응급처치를 할수 있는 시스템으로 큰 효과를 보고있다. 하지만 이 원격진료시스템을 수출할 때마다 왜 한국에서도 팔지 못하는 것을 해외에서 팔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한다.”

나 대표는 정부에서 바이오헬스 육성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원격진료같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허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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