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옛집·통팥빵·길상사…한옥 따라 성북동 한 바퀴

성북동, 한양도성 북쪽 위치해 지명 유래
서울성곽, 정릉, 간송미술관 등 유적지와 문화재 어우러져
  • 등록 2021-07-31 오전 7:00:00

    수정 2021-07-31 오전 7:0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조선 시대 화가 장승업의 집터, 서울시 등록문화재인 최순우옛집, 도심 속 사찰인 길상사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서울 성북구에 자리잡고 있다. 성북구의 이름은 문자 그대로 한양도성의 북쪽에 위치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북서로는 북한산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성곽, 정릉, 간송미술관 등 다양한 유적지와 문화재가 어우러져 있다. “모르고 가면 손해”인 성북구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 나서 보자.

최순우옛집 안채에서 자원활동가가 관람객에게 최순우의 생애와 옛집에 관해 해설해 주고 있다.(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성북구립미술관 분관인 성북예술창작터는 동사무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고친 도시재생공간이다. 조선 시대 화가 장승업의 집터이기도 하다. 2층으로 이뤄진 아담한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시각예술 분야의 신진 예술가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낸다. 오는 24일까지 이곳에서는 전형산 작가의 1인전 ‘목소리의 극장’’을 관람할 수 있다. 8점의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고, 관람객이 작품 일부를 작동해 볼 수 있다. 설치미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스텝이 작품을 설명해주고 작동법을 알려준다.

성북구립미술관이 주관하는 ‘거리갤러리’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거리갤러리는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미술관’ 콘셉트로 진행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2018년 건축가 조성룡이 성북구립미술관 아래 복자교 일대에 오래된 석축과 건물, 옛 물길의 살려 거리갤러리 공간을 설계했다. 설치미술가 김승영의 ‘바람의 소리’전은 오는 12월 31일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선보인다.

성북구 여행에 맛집이 빠질 수 없다. 성북예술창작터 근처에는 1968년 창업한 나폴레옹 과자점이 있다. 이곳은 달달한 팥소, 생크림으로 가득 채운 통팥빵과 생크림빵이 유명하다.

성북예술창작터와 나폴레옹과자점 사이의 동네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앵두나무가 많아 ‘앵두마을’이라 불렸던 곳으로 과거엔 근대한옥 밀집구역이였다. 지금은 한양도성 아래 골목에만 한옥이 몇 채 남아있다. 이 한옥을 고쳐 지은 레스토랑은 ‘이안’, 카페가 ‘반하당’이다.

성북동빵공장의 대표 메뉴인 생크림팡도르. 평일 300개, 주말 400개 한정 판매한다.(사진=서울문화재단 제공)


최순우옛집은 미술사학자이자 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인 혜곡 최순우가 말년을 보냈던 근대 한옥으로 서울시 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지정돼 있다. 혜곡은 이곳에서 대표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했다. 이후에 집이 헐릴 뻔 했지만 이화여대 교수였던 김홍남이 시민 후원금을 모아 샀다. 이로써 최순우옛집은 시민이 지켜낸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가 되었다. 외벽에 후원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는 풍경이 감동을 자아낸다. 혜곡이 살뜰히 가꾸었던 옛집 곳곳에 유품과 친필 원고, 문화예술인들이 보낸 연하장과 선물한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최순우옛집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안채의 용(用)자 창살이다. 혜곡은 이 창살의 비례가 아름답고 정갈하다며 칭송했다고 한다. 김홍도의 글자를 좋아했던 혜곡은 사랑방 용자창살문 위에 김홍도의 글자를 집자 해 쓴 편액을 걸었다. 혜곡은 우리나라 식물에도 애정을 쏟았다. 맘에 드는 나무나 꽃이 있으면 뜰에 옮겨와 심어 앞뜰과 뒤뜰에 소나무, 대나무, 산사나무, 산수국, 모란, 수련 등이 자라고 있다.

종교를 초월한 도심 속 안식처 길상사는 일주문을 통과해 절 마당에 있으면 마치 숲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삼각산 남쪽 자락의 숲과 계곡이 절 안에 들어와 있다. 극락전 왼쪽, 계곡이 흐르는 숲 구역은 낮에도 그늘이 짙다. 계곡 상류 비탈에 늘어선 오두막 같은 건물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으로, 길상사가 개원하기 전 대원각에서 사용했던 건물이다.

성북동의 최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이 길상사가 된 사연은 유명하다. 1987년 대원각 주인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읽고 감동해 대원각 대지 7000평과 건물 40여 동을 절 짓는 데 시주할 뜻을 밝혔다. 당시 시가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이다. 1995년 법정스님이 대원각을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했으나 1997년 길상사로 이름을 변경했다. 길상사 창건일에 김영한은 법정스님으로부터 염주 한 벌과 길상화라는 불명을 받았다. 2년 뒤 김영한은 자신의 유언대로 눈 내리는 날 길상사 경내에 유골이 뿌려졌다. 법정스님도 2010년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길상사는 대원각 시절 건물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설법전 앞의 관음보살상이 천주교의 마리아상을 연상케 해 눈길을 끈다. 이는 법정스님이 종교 간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에게 의뢰해 봉안한 것이다. 법정스님은 길상사가 종교를 초월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작은 공원이자 사색의 공간이며 기도처가 되길 바랐다고 한다. 그 뜻에 따라 일반인을 위한 템플스테이, 템플라이프, 여름수련회 등의 다양한 사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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