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 공예, 세계를 사로잡다…'로에베 공예상' 전

결선 오른 30인 공예작품 한 자리에
정다혜, 말총 공예품으로 한국인 최초 우승
7월 3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
  • 등록 2022-07-05 오전 5:40:00

    수정 2022-07-05 오전 5:4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전통 갓을 만들던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털)을 활용해 만든 바구니 형태의 조형은 그림자까지 아름답다. 촘촘하게 재료를 엮은 형태가 정통성을 잘 드러낼 뿐 아니라 혁신성까지 돋보인다.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로에베 재단 공예상’ 우승을 거머쥐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지난달 30일 시상식에서 그는 상패와 함께 상금 5만 유로(약 6800만원)를 받았다.

올해 ‘로에베 재단 공예상’ 결선에 오른 작가 30인의 공예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7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에서 열리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전이다. 그간 전시는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 등에서 열렸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로에베 재단이 공예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2016년 제정한 상이다. 역대 우승자는 독일 목공예가 에른스트 갬펄(2017), 영국 도예가 제니퍼 리(2018), 일본 옻칠공예가 이시즈카 겐타(2019), 중국 섬유공예가 린팡루(2021) 등이 있다. 이들은 수상을 통해 전속 갤러리를 만나거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 정다혜 작가의 말총공예 ‘성실의 시간’(사진=연합뉴스).
지퍼·은·참나무가 작품으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는 매년 전 세계 공예작가 2000∼3000명이 공모에 참여한다. 올해는 전세계 116개 국가에서 3100명이 응모했고, 결선에 오른 30인에는 한국 작가 7명도 포함됐다. 김민욱 ‘본능적’, 김준수 ‘숲의 감각’, 정명택 ‘덤벙주초’, 정소윤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정용진 ‘거꾸로 된 그릇’, 허상욱 ‘파초가 그려진 화병’ 등이다.

우승을 차지한 정다혜의 ‘성실의 시간’은 말총을 꼬아서 빗살무늬 토기 형태로 만든 공예 작품이다. 조선시대 중기 사방관(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예를 갖추기 위해 썼던 관모)에 장식된 마름모꼴 무늬를 활용해 말총 공예의 역사성을 담고자 했다. 심사위원장인 아나수 자발베아스코아는 “단순함 속에 복잡한 기술과 재능, 전통과 역사성을 담아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꼽은 우승작”이라며 “가벼운 소재로 형태감을 완벽하게 완성하면서도 손으로 한올 한올 엮어 인간적 고뇌를 느끼게 하는 아우라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정다혜 작가와 말총 공예(사진=로에베 재단).
정용진의 ‘거꾸로 된 그릇’은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 안에 평범한 인간사를 담았다.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한국적 비유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소재를 활용해 그 속에 담긴 사람의 아량을 반영한다. 3D 설계, 레이저 커팅과 금속 전통 기법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수작업 표면 마감을 통해 마치 평생토록 쌓여가는 몸과 마음의 흉터처럼 그릇에 남는 작은 흔적과 긁힌 자국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허상욱의 ‘파초가 그려진 화병’은 은을 사용한 은채 기법으로 표현한 분청사기 작품이고, 김민욱의 ‘본능적’은 한국산 참나무를 활용해 마치 네 종류의 나무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나무 특유의 뒤틀림과 갈라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나무의 본능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용한 커피컵을 재활용해 만든 영국 블라스트 스튜디오의 ‘블루 트리’, 라탄으로 만든 일본 타나베 치쿤사이의 ‘커넥션’, 지퍼를 재봉해 만든 호주 피터T. 매카시의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시민들이 국내외 수준 높은 공예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진 ‘거꾸로 된 그릇’(사진=서울공예박물관).
허상욱 ‘파초가 그려진 화병’(사진=서울공예박물관).
김민욱 ‘본능적’(사진=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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