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과 쇄골 사이를 찌른다고 생각하세요”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생명안전배움터에서 진행된 ‘생활 호신술 안전교육’ 현장은 구령에 맞춰 둔탁한 훈련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사는 범인이 흉기를 든 상황을 가정해 극한으로 몰아붙였고 15명의 수강생은 실제 상황인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몰입했다. 최근 흉기난동과 강간살인 등 흉악범죄가 연이어 터지면서 불안한 마음에 호신술 교육장을 찾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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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술 교육을 맡은 한국아르니스협회 호신술센터의 전성용 사범(협회장)은 꾸준히 수련하고 힘을 기른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작정하고 덤벼드는 상대를 맨몸으로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날 교육 역시 호신용품 쿠보탄(끝이 날카로운 호신용 열쇠고리)을 활용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쿠보탄이 없을 때는 휴대폰, 차 키, 립스틱, 볼펜 등 한 손에 쥘 수 있는 단단한 물건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성용 사범은 “낯선 이가 따라올 때 뒤를 줘선 안 된다. 차라리 정면으로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치는 게 낫다”며 “그게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고 만일의 사태에 대처할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공격이 들어올 땐 경동맥과 기도, 심장·폐·비장 등 생존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를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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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수줍음도 잠시. 수강생들은 온 힘을 다해 방어와 공격 자세를 반복하며 적극적으로 임했다. 교육 중간마다 “왼발이 앞에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호신용품을 뺏길까 봐 걱정된다” 등의 질문을 하며 열의를 보였다. 얼굴에는 이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수강생의 반응도 뜨거웠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칼을 들고 쑤시는 자세를 취할 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수강했다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예전에 한 번 배운 적이 있는데 까먹어서 또 오게 됐다”며 “이제는 호신 교육도 생존 수영처럼 당연히 배워야 하는 게 됐다”고 밝혔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칼을 든 상대로부터 위협을 당할 때 죽기 살기로 방어하고 나아가 공격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며 “집에 가서도 오늘 배운 내용을 연습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