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문자 메시지와 KIA 연패의 그늘

  • 등록 2010-07-09 오전 10:41:19

    수정 2010-07-09 오전 10:48:51

▲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지난 4일 늦은 밤, KIA 타이거즈는 대구 원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KIA는 이날 삼성에 패하며 14연패를 당한 상황. 버스 한 켠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이종범도 선뜻 잠이 들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핸드폰 문자 메시지가 한통 배달 됐다. 후배이자 주장인 김상훈이 보낸 것이었다.

"선배님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존심이 너무 상합니다.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이종범은 한참 대답을 생각했다. 그러고는 짐짓 냉정한 투로 답장을 보냈다. 감정이 더 흔들려선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넌 미치겠냐. 난 죽겄다. 우리가 더 절실하게 하면 애들도 따라오겠지. 힘내자."

그러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 건 이종범도 마찬가지였다. 이종범은 한번 꺼내든 핸드폰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무작정 메시지 창을 띄워놓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봐도 안된다. 내가 한창때라면 직접 나서서 바꿔 봤겠지만, 그랬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게 너무 괴롭다. 가끔씩 자살에 대한 뉴스를 들으면 솔직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정말 견디기 힘들다. 아이들에게 정말 절실하게 원하면 결국은 이뤄진다고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내 말을 다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정말 절실하면 이뤄지는데..."

전성기의 이종범이었다면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상 두려울 것 없었던 그의 기운 만으로도 연패는 그리 길게 가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지금 이종범이 더 괴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종범은 그렇게 글을 써 놓은 뒤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누구에게 보내려고 쓴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의미없이 자판만 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을 신인시절부터 지켜봐 온, 그래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형님에게 써 놓은 글을 보냈다.

이종범은 "어쩌면 그렇게 넋두리를 하고나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문자를 보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종범의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초 두산과 2연전을 내리 패하며 16연패. 그의 속은 더 새카맣게 타 들어갔다. 어제(8일) 경기 후엔 팬들이 몰려나와 구단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김상훈은 주위 사람들의 위로 문자에 이런 답장을 보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도 안되네요. 너무 힘듭니다. 하지만 더 절실하게 해 보겠습니다. 다만 종범 선배님께 너무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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