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삼킨 경제]"예약취소 전화만 옵니다" 의료관광 ‘빨간불'

서울 강남 성형외과 의료관광객 발길 끊겨
'사스 트라우마' 중국환자 한국방문 꺼려
"중동 환자들은 심각하게 생각 안해"
  • 등록 2015-06-22 오전 6:00:00

    수정 2015-06-2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데아성형외과. 한 달 전만 해도 의료관광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들로 북적이던 이 곳은 요즘 한산하기까지하다. 권장덕 이데아성형외과 원장은 “외국인 환자가 크게 줄었다. 전에 하루 10명이 찾아왔다면 근래에는 1~3명꼴”이라고 말했다. 중동기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다. 외국인 환자뿐 아니라 국내 환자들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김병건 BK성형외과 원장은 “지금 찾아오는 외국인 환자들은 이미 휴가를 내고 비행기표까지 예약해 놔서 방한을 미루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분들”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외국인 환자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의료관광이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의료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국적 환자들이 한국행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메르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12년 전 중국을 휩쓸며 648명(홍콩 포함)의 사망자를 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사태의 악몽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중국으로 출장 간 메르스 의심환자가 증상 발현 후 현지에서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한국발 메르스 유입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입국장에서 발열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자국민들에게 한국관광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프로모션 전개, 의료관광 그랜드 세일 등 메르스 사태로 발길을 끊은 의료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메르스 종식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고민 중이다.

송은경 한국광관공사 의료관광사업부 차장은 “지금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 의료관광객들이 잘못된 정보로 불필요한 공포를 갖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가 일단락되면 소셜네트워크(SNS) 체험단 구성 등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고, 오는 9월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류행사에서 병원들과 홍보부스를 꾸려 안전한 의료시스템을 홍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건 원장은 “메르스 사태로 한국 의료수준에 대한 중국 의료관광객들의 믿음이 많이 무너졌을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는 의료문화의 문제지, 의료기술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중국 내에서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병원들이 ‘의료한류’의 새로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중동은 상대적으로 메르스 사태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가들은 의료시스템이 부실해 외국 의료기관에 자국민 환자들을 위탁 치료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해 20만명, 아랍에이미리트는 13만명 정도의 환자가 해외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환자와 의료관광객은 2013년에 이미 2500여명이나 됐다. 이들이 쓰고 간 진료비는 2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때에는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의료 한류에 노력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들이 수행단에 포함돼 함께 중동을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중동에서 온 환자들은 메르스를 풍토병 정도로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국내서 메르스가 창궐한 게 의료수준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독특한 병문안 문화 등의 영향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외국환자들이 줄기는 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며 “중동지역은 국내 의료수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만큼 메르스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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