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CP 발행에 뿔난 운용사들…“유동성 위기 고지 안 해”

올해 7300억 규모 CP 발행…만기 12월
1월 발행 후 유동성 우려 불거져…1.6조 부족
자금 부족 알고도 추가 발행…“알리고 발행한 적 없어”
“서울시가 주주인데 뭐”…한신평, 재무탄력성 우수 평가
  • 등록 2021-03-09 오전 4:00:00

    수정 2021-03-09 오전 4: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작년에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으나, 정작 CP 발행 당시에는 수익자들에게 이에 대한 고지는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교통공사는 수익자들의 자금을 받아 놓고 이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채무 불이행 우려를 지하철 요금 인상의 빌미로 사용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1호선 지하철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 위기 알리고 발행한 적 없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공개 입찰을 통해 총 7200억원 규모의 CP(등급 ‘A1’)를 발행했다. 지난 1월 11일 4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고 2월 5일 3200억원 규모의 CP를 추가로 발행했다. 만기는 모두 올해 12월 15일이다.

서울교통공사 CP는 발행사의 신용 등급을 보고 증권사 중개를 통해 호가를 뿌려 입찰에 응하는 시스템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공형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사 대부분이 CP 수익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CP 발행 후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운영에 2021년 한 해에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부족이 예고돼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수천억원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상태인 데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운송 수입이 약 27% 줄어 순손실만 1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최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자금 부족으로 4월부터는 직원 급여도 줄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자금 부족 상황을 1월에 이미 서울교통공사 내부적으로 알고 있었음에도 2월 CP 발행 당시에는 수익자들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채 CP인 점을 고려해 입찰에 응했으나 곧이어 유동성 위기로 채무 불이행 가능성 소식이 전해졌다”며 “발행한 CP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와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서울교통공사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올해 예산 책정을 끝내고 1월께 올해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만기 내에 CP를 상환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또 매년 자금이 부족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고 이를 알리고 CP를 발행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서울시에서 출자금과 긴급 단기 융자 등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있고, 상반기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4000억원 안팎의 공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부족 자금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주주가 서울시인데다 신용평가사에서 ‘AAA’ 등급과 ‘A1’ 등급을 주고 있다”며 “평가기관에서도 그렇게 평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채라 채무불이행은 없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유동성 위기를 CP와 연결해 수익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더구나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에 자금 부족에 대한 이유를 수년간 동결된 지하철 요금 탓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발행당사자가 채무불이행을 논하고 그것을 요금 인상의 빌미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양 사태와 같이 일반적인 기업일 경우는 문제가 커진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유동성 위기를 사전에 수익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눈덩이처럼 커진 부채…신평사는 뭐 했나

신용평가사들도 서울교통공사의 불어나는 부채에 대해 서울시가 주주로 있다는 이유로 재무탄력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CP 발행에 있어서 신용평가사 3곳 가운데 2곳의 평가가 있어야 하며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신평은 이번 CP 발행 직전인 작년 12월 말 서울교통공사 등급을 ‘A1’으로 평가했다.

우선 한신평은 서울교통공사가 높은 수요를 가진 서울 지역의 운영을 담당하며 사업기반이 안정적이라 판단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9월 지하철 9호선 2, 3단계 구간의 운영권을 획득하고, 2018년 12월 3단계가 개통됨에 따라 기존 서울 지하철 1~8호선(280개역)을 포함해 총 293개역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한신평은 “운영지역이 관내로 국한돼 있으나 인구의 약 20%가 거주하며 높은 수요를 가진 서울을 사업지역으로 가지고 있다”며 “국가 수도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특히 서울시가 건설부채의 원리금 상환을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시설투자목적의 출자, 만기도래 도시철도공채의 이관(서울시로 이관되며, 서울시의 출자로 회계처리함) 및 시재정투융자기금 융자로 기타 부족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등 서울시의 재정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시의 감독·통제 및 지원수단에 기반한 재무융통성은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에서 예전보다 서울교통공사가 안 좋아졌다고 하지만 결국 서울시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통상 6월께 CP 정기평가를 하므로 올해도 5~6월에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평사도 서울교통공사의 불어나는 부채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평가에는 이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며 “안일한 신용 평가와 뒷북 평정은 수년간 지적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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