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에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취임 넉 달 후 첫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2016년 6월까지 2년여에 걸쳐 다섯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 2017년 11월, 2018년 11월 두 차례 금리를 다시 올렸지만 그 기간이 1년이나 차이가 나는 데다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금리를 올려 금리 인상 실기론이 나왔다. 그러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가시화되자 2019년 7월엔 또 다시 금리를 인하하며 8개월 만에 금리 정책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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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터진 코로나19는 이주열표 통화정책에 있어 위기이자 기회였다. 한은은 그 해 5월 기준금리를 연 0.50%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과도하게 금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코로나 위기 대응에 있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그 뒤 작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매 분기마다 금리를 인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계부채 급증과 주택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 됐다. 이처럼 이 총재의 마지막 두 해가 통화정책 평가에 반전을 이끌었다.
`코로나 대응` 8명이 만점…시장 참가자가 후한 평가
이데일리가 지난 7일부터 일주일 간 시장 참가자, 경제학계, 전·현직 한은 관계자 등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주열 총재의 통화정책에 대해 평균 `B`점을 줬다.
코로나19 대응에 30명 중 무려 8명이 ‘5점(매우 잘함)’을 줬다. 이 8명 중 4명은 시장 참가자였다. 이들은 한은의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 한미 통화스와프 신속 체결,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증권사 RP 매입, 회사채 매입기구 신설 등 대대적인 시장 안정조치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다만 학계 일부에선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선 30명 중 20명이 ‘3점(보통) 이상’의 점수를 줬지만 10명은 너무 빠르거나 늦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선 경기 회복이 불안정한데 금융 불안을 이유로 조기에 금리를 올려 시장 변동성을 더 키웠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면 과도하게 금리를 내린 것에 비해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평가해 의견이 상반됐다.
금리 인하 속도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한 10명 중 5명은 통화정책이 재정·거시건전성 정책과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학계 관계자는 “빠른 금리 인상이 소비 진작,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한은 출신 관계자는 “(2020~2021년) 6차례 추경 등 재정정책이 확장 일변도였는데 금리 정책은 긴축으로 가고 있다”며 “정책 엇박자에도 한은 총재는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 책무 ‘물가 안정’에 소홀했다 비판도
이주열호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30명 중 6명은 `C`점 이하를 줬다. `C`점을 준 설문 대상자의 구성도 다양했다. 한은 전·현직 관계자 3명, 학계 2명, 시장 참가자 1명이 `C`점 이하를 줬다. 이들은 독립성, 코로나 위기 대응, 금리 인상 속도 등 세부항목에 대해서도 3점(보통) 이하의 점수를 줬다.
학계 관계자는 “한은의 주요 책무인 물가정책에 대해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내내 2% 미만의 저물가를 고민했다. 고질적인 저물가에 물가는 금리 결정 변수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2021년 2.5%를 시작으로 올해는 3%를 넘나드는 물가 상승률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거센 물가 상승의 파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작년 11월 올해 물가 상승률을 2.0%로 전망했다가 한 달 후 2%대로 수정하더니 또 다시 한 달 후 2% 중후반대로 작년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3%를 웃도는 물가 전망을 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재가 최초로 국제결제은행(BIS) 이사가 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업적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녹색금융(Green finance) 등 글로벌 어젠다와 관련해 정책 의제를 발굴하거나 제대로 대처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