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자판기가 아닙니다”…소비자 취향별 큐레이션 서비스까지

워커스하이 김충희 대표 인터뷰…롯데칠성 사내벤처 중 첫 분사
“넷플릭스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아이디어 얻어”
스마트 자판기 ‘마이크로스토어’, 위워크 등 전국 50여 곳 설치
오피스 등 구내에 설치…AI 기술 접목,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 등록 2022-08-10 오전 5:30:00

    수정 2022-08-10 오전 5:3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원 직장을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회사로 복귀할 생각은 없습니다. 배수진을 치고 ‘마이크로 스토어’ 대중화에 앞장설 생각입니다.”

지난 2018년 롯데칠성음료(005300)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워커스하이’가 작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를 창업한 김충희(41) 대표는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의 사업 모델인 ‘마이크로 스토어’는 단순히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사는 개념을 넘어서는 차세대 유통채널”이라며 “전통적인 ‘자동판매기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일반 소매시장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충희 워커스하이 대표(사진=워커스하이)
마이크로 스토어는 사무실이나 호텔 등에 설치한 매대로 사원증이나 지문인식 등을 통해 결제하면 된다. 설치 장소에서 많이 구매하는 제품들로 구성한 맞춤형 매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자판기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입점 장소 규격에 맞게 하드웨어(매대)를 제작하고 고객 구매 성향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직접 개발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물류, 영업, 마케팅이 모두 혼합된 복잡한 비즈니스다.

현재 롯데호텔, 공유오피스 ‘위워크’, 야놀자 등과 업무제휴를 맺고 전국 50여 곳에 입점했다. 앞으로 피트니스 클럽,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 연내 70곳까지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08년 롯데칠성음료에 공채 입사해 음료 영업, 마케팅전략, 온라인 ‘칠성몰’ 운영 등을 담당한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책임(과장급) 직책을 달고 있던 지난 2020년 회사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칠성캠프’ 공지가 뜨자 오랫동안 묵혀 왔던 창업의 꿈을 실현하게 됐다. 2018년부터 시작한 ‘칠성캠프’ 선정팀 중 처음으로 분사한 사례다.

김 대표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해 창업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사내 공지를 보자마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운 좋게 선정됐다”고 말했다.

음료 마케팅을 하며 전국 자판기 소멸 추이를 유심히 들여다 본 게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자판기는 정말 좋은 사업 모델이지만 스마트 시대에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라며 “전통적 자판기 모델에 구글의 이용자 분석 시스템인 ‘리타깃팅’과 넷플릭스의 맞춤형 콘텐츠 푸시 개념인 ‘큐레이션’을 접목한 것이 마이크로 스토어”라고 설명했다.

L7 호텔 강남점(왼쪽)과 공유오피스 저스트앤코에 설치된 마이크로 스토어(사진=워커스하이)
고객 이용행태를 분석해 맞춤형 먹거리, 마실 거리를 ‘큐레이션’ 하는 이 모델에 고객들은 호응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으로 재배한 채소를 당일 수확해 만든 샌드위치 등 특화 상품 인기가 높다. 지난해 5월 분사 시점과 비교하면 회사 매출이 약 10배나 늘었고, 월 평균 구매 1만건, 총 회원수 6000명으로 재구매 고객 비중이 62.8%에 달한다. 회사 직원도 2명에서 12명으로 6배 늘었다. 최근 딜로이트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영입했다.

김 대표는 “조선시대에는 물건을 사려면 왕복 30리를 오가야 했다”며 “현대에는 슈퍼마켓은 1㎞, 편의점은 100m로 거리가 줄었다. 지금은 주문만 하면 집앞까지 배송해 주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 앞 배송이 물품 구매의 끝이 아니다”라며 “내가 일하거나 머무는 공간 바로 가까이에서 손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마이크로 스토어가 다음 세대의 새로운 유통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독립법인으로 분사된 경우 부득이하게 해당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회사로 돌아갈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사 이후 채용한 직원이 결혼까지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아예 복귀 생각은 접었다”며 “어렵게 실현한 창업의 꿈을 꼭 성공으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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