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고액 알바 아냐”…행동주의 펀드, 칼 빼든 이유

이원선 트러스톤·이창환 얼라인·이상현 FCP 인터뷰
사익편취 근절·주주환원으로 이해관계 일치·자본 효율성↑
행동주의도 '명분' 중시…근본적 변화시 장기 주가 맑음
"주주 목소리 위해 법원 판결도 필요치 않은 시대 올 것"
  • 등록 2023-03-14 오전 5:05:00

    수정 2023-03-14 오전 7:21:34

[이데일리 이은정 김보겸 기자] “이사회는 교수, 변호사들이 분기마다 커피를 마시고 오는 단순한 ‘고액 알바’가 아닙니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경영진만이 아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다면 기업가치와 함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이사회를 위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적극 표 대결에 나서겠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짙어진 존재감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명분’이 없었다면 변화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거란 입장이다. 3월 표 대결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대상 기업 JB금융지주(175330)),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003240), BYC(001460)),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KT&G(033780))의 얘기를 들어봤다.

트러스톤 “소수주주 목소리 커졌다…사익편취 근절·주주환원 주목”

지난해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를 저지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권리 인식이 확산되며 소수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주권리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경영권에 근접해 있는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소수주주와 일치하지 않을 유인이 많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원선 트러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이 보유 자금을 사사로운 목적에 동원, 대주주가 보유한 특별관계 기업과의 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등은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이고 저평가 원인”이라며 “올바른 기업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견제와 감시를 통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믿음이 생길 때 한국 증시 저평가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의 주주 관여는 “일부 해외 행동주의처럼 이벤트성으로 노이즈를 일으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즉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자기자본은 대주주 외 많은 주주들의 투자로 구성된다. ROE는 투자된 자기자본에 대한 리턴을 나타낸다.

이 CIO는 “ROE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투자와 분배 두 가지로 나뉘는데, 투자를 통해 ROE를 높이는 성장 기업이라면 주주환원율이 낮아도 된다”며 “하지만 투자를 통해 ROE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성숙 기업이라면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 투자도 환원도 하지 않고 유휴 현금을 계속 쌓아두면 ROE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상적인 내부거래나 대주주의 사익편취 역시 마진율을 낮춰 ROE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얼라인 “명분 중시…기업 근본적 변화시 장기 주가 긍정적”

“주요 행동주의 펀드는 무엇보다 ‘명분’을 중시하고 있다”는 게 얼라인의 입장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얼라인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모두 오랜 기간 투자자들이 공감해 온 문제들”이라며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국내 은행주의 부족한 주주환원 등 장기간 주식시장에서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얼라인은 지난해 에스엠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을 통과시킨 이후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요구를 지속했고, 올해 에스엠과의 최종 합의문과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발표가 이뤄졌다. 지난달 주요 은행들이 자본배치·주주환원정책 발표와 관련주 강세도 얼라인의 공개주주서한 등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얼라인의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힌 JB금융지주와는 배당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 관련 표 대결을 준비 중이다. 이에 비해 금융당국은 JB금융 등 일부 지주의 배당 성향이 과도하다고 보고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단기적 현금 배당 극대화보다는 만성적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자본배치·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건설적 논의, 이사회 전문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표 대결 승패 여부를 떠나 주주들과 토론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한 한걸음”이라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실제 주가 상승 시 팔고 떠나버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수익을 내달라며 맡긴 투자자의 자금이므로 언젠가 당연히 팔 수 있지만, 기업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켜 주주가치가 제고되면 자금을 뺀 이후에도 주가는 유지될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도 향후 캠페인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트랙 레코드와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얼라인은 대부분의 종목에 장기 투자 중”이라고 했다.

FCP “사외이사, 고액알바 아닌 국회의원 역할”

이상현 FCP 대표는 “사외이사는 고액알바가 아닌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일하는 국회의원처럼 주주 목소리를 회사에 반영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목소리 내는 것은 국민들이 선거일에 투표하는 것과 같은 권리이자 의무”라며 “현 상장사들은 사외이사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것 같다. 주주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건 이사회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주주 목소리를 거부한 결과가 주가 흐름으로 나타난다고도 봤다. 이 대표는 “KT&G 주가는 인베스터 데이인 1월26일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짚었다. 당시 KT&G는 KGC인삼공사를 분할상장하고 분할된 신설회사 이사회에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FCP 제안을 거부했다. 분리상장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실익이 적으며, 지금도 사외이사 비중이 75%로 충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인베스터 데이 이후 지난 10일까지 KT&G 주가는 11.72% 하락했다.

KT&G를 상대로 신청한 가처분 소송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주주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한 상법상 권리”라면서도 “소송까지 가지 않으면 주주제안도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이 KT&G 이사회의 현주소”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법원이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환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제서야 주주의 권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며 “3년 정도만 지나면 ‘주주가 목소리를 내는 데 법원 판결이 왜 필요해? 언제적 얘기야?’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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