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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은별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이미 본선진출국 32팀 가운데 28팀이 꿈의 무대를 떠났다. 월드컵을 이끌었던 각국 사령탑들은 하나같이 자의 혹은 타의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있다. B조 감독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한 한국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2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령탑을 연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조별예선 탈락의 책임을 지고 오토 레하겔 감독이 사임했다. 대신 새 사령탑에 포르투갈 출신 페르난도 산투스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나이지리아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이자 2010 남아공 월드컵 사령탑을 맡았던 마라도나도 사임이라는 벌을 피해가기엔 어려웠다. 독일과의 8강전에서 완패한 마라도나 감독은 4일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을 뜻을 밝혔다.
사실 B조 사령탑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팀들은 '감독의 사임'이라는 벌을 줄줄이 받고 있다.
일본 오카다 감독도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국과 함께 사상 첫 원정 16강 목표를 달성하며 아시아의 파워를 보여줬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던 탓에 더 이상 일본 감독직을 수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으로 기억될 만한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벌써 새 감독 선임까지 마친 상태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곧장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을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앉히기로 했다.
코트디부아르 사령탑을 맡았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도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실패한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카메룬의 경우 폴 르겡 감독의 뒤를 이어 독일의 축구 영웅 로타어 마테우스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또 개최국 남아공 대표팀을 이끌고 본선에 나선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레이라 감독도 해임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통산 4번째 우승을 안긴 명장이지만, 사상 최초로 개최국을 16강에 올려놓지 못한 채 물러나야했다.
'사상 첫 원정 대회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멕시코의 아기레 감독도 도의적인 책임감을 갖고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한 바 있다.
감독들의 씁쓸한 퇴장과 함께 4년 후를 준비하려는 각국 축구협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