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이청용의 3가지 무기

  • 등록 2010-09-13 오전 9:51:28

    수정 2010-09-13 오후 12:41:20

▲ 아스널전에 출전한 볼튼MF 이청용(오른쪽,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2번째 시즌을 맞이한 '블루드래곤' 이청용의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

초반이긴 하나, 우려했던 '2년차 징크스'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진화하며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기량과 자신감이 서로를 끌어올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오언 코일 감독을 비롯한 소속팀의 신뢰 또한 두텁다.

◇무기 1 : 수준급 스피드

이청용의 순간 스피드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넘쳐나는 EPL 무대에서도 정평이 났다. 민첩성이 뛰어난 데다 보폭을 좁힌 상태에서 잰걸음으로 뛰는 스타일이라 상대 수비수가 막기 힘든 타입으로 평가받는다. 어느 타이밍에 변화를 줄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준수한 발재간 또한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의 혼란을 가중시켜 '속도'를 더욱 강조하는 양념이다. 올 시즌에는 드리블과 발재간의 교차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기 2 : 업그레이드 된 적극성

지난 남아공월드컵 본선 기간 중 이청용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각각 1골씩을 터뜨리며 '공격 본능'을 과시했다. 두 골 모두 상대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과 집중력이 빚은 열매였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포병대' 아스널과의 경기가 좋은 예다. 비록 결과는 소속팀 볼튼의 1-4 완패였지만, 이청용의 적극성은 유독 빛났다. 0-1로 뒤져 있던 전반44분에 아스널 중앙수비수 로랑 코쉬엘니의 헤딩 클리어링 미스를 틈타 동료 공격수 요한 엘만더에게 결정적인 크로스를 시도하며 동점골을 엮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중력이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후반29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상대 수비수 세바스티앙 스킬라치의 볼처리가 다소 늦는 틈을 타 이청용이 쇄도한 후 슬라이딩을 시도해 볼을 빼앗고자 했다. 비록 간발의 차로 실패했지만, 아스널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이청용은 종종 '기량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엔 다르다. '담대한 사나이'로 거듭났다.
▲ 우루과이와의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리는 이청용(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무기 3 : 폭넓은 전술 적응 능력

근래 이청용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넘나들며 4가지 서로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팀 동료 마르틴 페트로프와 함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 역할을 번갈아 맡아본다. 최근에는 '중앙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새 역할이 추가됐다. 공격수들의 위치에 변화를 줘 상대 수비진에 혼란을 초래하려는 코일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다.

대표팀에서는 '모나코왕자' 박주영(AS모나코)과 더불어 '최전방 공격수'라는 보직을 부여받았다. 이청용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조광래 감독의 선택으로, 일찌감치 '이청용 쉬프트'라는 별칭도 붙었다. 역할에 변화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임무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어느덧 이청용은 공격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다기능 카드로 진화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다

이청용은 최근 소속팀 볼튼과 연봉을 100%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오는 2013년까지 매해 3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올해 22살로 팀 내에서 여전히 어린 축에 속하지만, 연봉서열로는 수비수 게리 케이힐(36억원)에 이어 2위다. '공격 구심점'이라는 역할과 팀 내 가치를 연봉을 통해 입증해보인 셈이다.

허나 여기서 만족하면 곤란하다. EPL의 내로라하는 명문클럽들이 호시탐탐 이청용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 준수한 분위기를 꾸준히 유지하기만 하면 '더 높은 단계'로 도전할 기회가 찾아온다. 3가지 무기를 앞세운 이청용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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