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행의 역습②] '나홀로 여행' 급증하는데…안전불감증은 '여전'

  • 등록 2019-05-14 오전 12:35:00

    수정 2019-05-14 오전 12:35:00

여행업계 통계에 따르면 혼행족이 해마다 늘어 전체 여행객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익스피디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20대 한국여성 혼행족이 호주 열대 지역 밀림에서 실종됐다. 열대지역 퀸즐랜드 주(州)의 털리라는 곳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인 뒤 사라졌다. 대대적인 수색을 펼친 끝에야 실종 6일 만에 구조됐다. 일본 후쿠오카시의 한 민박집. 여행을 왔다 여기 머물던 한국 여성이 주인인 일본인 34살 오사베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오사베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저 만지기만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고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겪는 사건·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국인이 당하는 사건·사고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이고, 여행업계 통계 수치에 따르면 혼행족도 해마다 늘어 전체 여행객 중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해외 여해지 사고건수(그래픽= 이동훈 기자)


◇혼행족은 늘어나지만, ‘안전불감증’은 여전

최근 혼행족이 느는 것에 비해 안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게 여행업계의 지적이다. 최근 관광객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를 여행하던 한국인 4명이 택시를 타고 가다 산티아고 공항 인근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현지인의 차량과 정면충돌해 한국인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일행 3명(남성 1명·여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체코 프라하의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국인 여행객 2명이 사망했다. 특히 홀로 여행하는 혼행족의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이 문제다. 볼리비아를 여행하던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여행지 사건·사고 원인 중 하나는 여행객의 안전불감증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신체적인 힘을 과시하거나 여행하다 만난 동반여행객을 믿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이인재 가천대 관광학과 교수는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는 일상생활권을 벗어나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하기 때문에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등 예측하기 쉽지 않은 외부 환경에 노출될 위험은 당연히 증가한다”면서 “혼행족은 주위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니 언제라도 스스로가 사고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조심 또 조심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 혼행족의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2018년 혼행족은 2017년 보다 약 5% 늘어난 약 30% 였다. 일각에선 한비야 작가의 배낭여행을 통한 자아찾기가 왜곡돼 혼행이 늘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자의 경우에도 ‘혼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 힘을 믿고 아프리카 등의 위험지역을 갔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한두가지 아니다.

혼행객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지난 10일(현지시간) 40대 한국인 여성이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붙잡혔다가 구출된 일도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이 여성은 여행자제 지역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28일간 납치됐다.



◇게스트하우스·에어비앤비도 안전성 취약

게스트하우스 등에서도 여행객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주시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남성이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던 또래 여성을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2월에도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여성 투숙객들 방에 몰래 들어가 신체를 만진 남성이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글로벌 숙박 O2O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역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에어비앤비 투숙객이 집주인에게 감금돼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투숙객이 집주인 몰래 마약 파티를 벌인 일도 있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2017년 일본 후쿠오카 지역 집주인이 여행객의 몰카를 찍고 성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사고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뾰족한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사용자의 후기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에어비앤비는 손님이 집을 나쁘게 평가하면 집주인도 손님이 매너가 없었다는 식으로 ‘보복 평가’가 가능한 구조여서다. 나쁜 평가를 받은 이용자는 추후 새로운 숙소를 예약할 때 이용을 거부당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의의 사고를 막으려면 가급적 후기가 많은 숙소 중심으로 선택하고, 각종 문의에 응답률이 높은 ‘슈퍼호스트’를 고르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교부 여행경보제도(이미지=이동훈 기자)


◇ 바르셀로나·브뤼셀도 ‘여행자제’…여행상품 판매는 허용?

정부의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사고가 난 부르키나파소는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자제’ 지역이다. ‘여행자제’ 지역은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하고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2단계 경보(황색경보) 지역이다. 중국 티베트,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주, 스리랑카 전지역, 필리핀의 남색·적색·흑색·특별여행경보 지정 지역 제외한 전 지역 등이 있다.

몇맻 여행사와 인터넷에서 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팔고 있다. 또 항공권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지역을 여행하거나 관련 상품을 팔지만 여행유의나 자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일각에서는 장기간 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의 경우 사건사고를 당해도 가족이나 정부가 곧바로 알아챌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도 혼행을 하다 미국인 혼행족을 만나 함께 여행자제 지역을 여행했다는 변을 당했다.

이인재 교수는 “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수많은 결정 요소 중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항이 바로 ‘안전’”이라면서 “여행에는 약간의 모험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재미가 있지만, 자신의 동선과 위치를 수시로 가족이나 각국 영사에 알릴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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