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글로벌 증시 상승에 힘입어 손실을 상당부문 만회하고 있긴 하지만 시황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불안정한 포트폴리오 운용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금 손실은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금 운용수단을 다양화해 ‘천수답’ 투자에서 벗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16일 기재부 기금운용 평가 대상인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연기금 10곳의 운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1조3010억원 운용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별도 평가팀을 운영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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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을 낸 기금들은 대부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스템을 통해 전문 자산운용사에 자금 운용을 위탁했거나 별도의 조직을 두고 자체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곳이다.
기금운용에 따른 손실 규모는 사학연금이 4034억원으로 가장 크다. 지난해 사학연금은 금융자산 수익률이 마이너스 2.45%를 기록했다. 주식투자에서만 9600억원의 손실(국내 직접 -2753억원·국내 간접 -4877억원·해외 간접 -2048억원)을 내 국내채권(3291억원)과 대체투자(2350억원) 성과를 까먹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기금 성격이 위험자산 비중이 커 주식시장 방향에 따라서 성과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자금 운용을 하는 공무원연금은 1700억원(-1.5%) 손실을 냈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기금 고갈상태여서 유동성 제약이 큰 탓에 자산을 재배치해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금 운용을 외부에 위탁하는 연기금 중에는 산재보험기금이 작년에 약 3200억원(-2.00%)의 손실을 냈다. 산재보험기금 주간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운용을 맡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은 2200억원(-2.22%%)손실을 기록했다. 고용보험법은 주간운용사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2018년 목표수익률은 고용보험기금이 3.06%였다. 산재보험기금은 3.41%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보면 주간운용사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다고 해서 패널티를 줄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이 주간운용사인 주택도시기금은 1700억원(-0.42%),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맡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180억원(-0.75%) 손실을 냈다. 한 연기금 CIO는 “작년에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연기금 성과가 좋지 못했다”며 “위험자산 비중이 크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연기금 최고운영책임자(CIO)는 “연기금 자산 비중이 국내 증시에 치우쳐 있다”며 “과거 운용성과를 봐도 국내외 비중을 적절히 섞을 때 위험 대비 성과가 좋았다.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