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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계약직 하고 싶지 않다”...청년들 반발하는 고용대책

문 정부, 4번째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발표
청년층 “매번 실속 없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비판
전문가 "취업난 해소는 민간이 해결한다는 대전제 세워야"
  • 등록 2021-03-06 오전 12:20:21

    수정 2021-03-06 오전 12:20:21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 '취업'을 자아실현이나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 돈을 벌기 위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해서 너네 돈 벌게 해줬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느낌이 든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빙하기’를 겪고 있는 청년층을 위해 정부가 3일 발표한 고용대책을 두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범위한 대책이지만 ‘고용률 올리기’에만 급급할 뿐 청년층이 직접 효과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데 비해 공공 일자리의 실속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1년 1월 9.5%를 기록했다. (자료=통계청)


59000억원으로 104만명+α 지원 목표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3일 정부합동으로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이 전년동월대비 1.8%포인트 상승한 9.5%를 기록하는 등 청년 고용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올해 5조 9000억원을 들여 104만명 이상의 청년이 고용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대책은 △더 많은 일자리 △능력개발 △맞춤형 고용지원 강화 △지속가능한 지원기반 마련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민간 분야에서는 청년 채용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청년 창업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 분야에서는 디지털·그린, 생활방역·안전 일자리 등 청년 직접일자리가 2만 8000개 늘어난다. ‘K-디지털훈련(Digital Training)’ 등 미래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훈련도 신설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을 본 20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그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고용률을 올리기 위한 ‘보여주기용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고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혜택 못 받고 실속 없는 일자리 정책...고용안정성 보장해야

취업준비생 이 모(25·여)씨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확대 인원과 예산이 다른 사업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정보기술(IT) 활용 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할 경우 인건비를 지원받는 이 사업에는 올해 5611억원을 투입해 6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영업관리 직무 취업을 준비하는 이씨는 "IT 직무와 거리가 먼 청년층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생각만 들 뿐, 직접적인 혜택을 느낄 수 없다"고 비판했다. IT 직종 외의 다른 부문의 취업지원책도 필요하다는 것.

인문계·비전공 청년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일자리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에 대해서도“정부가 나서서 모든 청년들을 인력이 필요한 디지털 산업으로만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공일자리가 실속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이날 계획에는 △온라인 튜터(4000명) △시설분야 넷제로 기초DB 구축(200명) △학교 방역인력 지원(1만명) 등이 명시됐다.

신 모(26·여)씨는 공공일자리 계획에 대해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학교 방역인력 지원 등은 장기적인 취업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일회성 일자리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필요해서 사람을 구한 게 아니라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한 일자리”이라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돈을 얻는 곳보다 더 비전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청년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용대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한시적이라는 비판이다.

김모씨(25·남)는 “최저임금 수준인 180만원 받으면서 6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고 싶지 않다”며 “가고 싶은 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용대책에 포함된 일자리를 ‘직업’이 아닌 단순 ‘아르바이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IT 직무와 거리가 먼 취업준비생이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에 “디지털 일자리 사업 확대는 미래 유망한 분야(IT 직무)에 청년들의 진출을 장려하려는 목적”이었다며 “특별고용촉진장려금·전문인력 채용 등으로 비IT 직무를 희망하는 청년들까지도 지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 네 번째 청년 고용대책이지만 비슷한 비판 계속돼

청년 고용 대책에 대한 이같은 비판은 새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을 포함해 네 차례(2018년 3월 청년 일자리 대책, 2019년 1월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2019년 7월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방안)의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청년 고용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세금을 쏟아부어 아르바이트 자리만 양산한다는 '세금 일자리'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대책을 두고도 노동시장을 구조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 대신 단기적 수치 상승을 위한 정책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의 '양'보다 '질'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는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는 “노동시장에서 정책 효과가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려면 후속 세부 실행 방안을 자세하게 마련하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든 청년층 고용의 길은 민간으로 통한다’는 대전제를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청년층 일자리 및 직업교육 대책이 중복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혼재된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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