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②잘뭉치는 '오팔세대'‥맞춤형 서비스가 답

자산관리서비스 출시러시…비금융서비스도 내놔
오팔세대 특성 고려한 금융서비스 출시해야
  • 등록 2021-05-10 오전 5:00:01

    수정 2021-05-10 오전 5:00:01

이미지투데이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중견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초반의 A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TV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는 게 낙이다. 그는 친구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의 노래나 활동을 공유하는 일이 잦아졌다. 또 가수가 광고모델로 기용된 제품을 적극 구매하거나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할 때가 많다. A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를 위해 돈을 쓰는데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편이다.

대중음악 중에서도 노래방이나 관광버스용 음악 취급을 받아왔던 트로트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프로그램이 TV 채널을 점령하고 음원차트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렵던 50~60대 중심의 팬클럽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국 권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을 ‘트로트 르네상스(trot renaissance)’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로트 열풍을 ‘오팔세대’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의 경제력과 결집력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전통적 노인과 다르다‥오팔세대의 급부상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다. 국내에서는 주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5060 액티브 시니어 소비자를 주로 지칭한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생 개띠의 ‘58’과 발음이 같고 이들의 다채로운 행보가 모든 보석의 색을 담고 있는 오팔 보석의 색을 닮았다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오팔세대는 급격한 경제·사회·문화적 성장과 진화를 경험하면서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1970~2000년대 고도 성장기에 청·장년기를 보내며 사회적 제도와 인프라 혜택을 누리며 산업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전 세대의 노인은 경제활동이 어렵고 쇠약하며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오팔세대는 이들과 견줘 고학력이며 상대적으로 소득도 많아 여유롭고 성장지향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트로트 열풍은 문화 활동의 수동적 소비자였던 오팔세대가 적극적인 구매자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양적·질적 측면 모두에서 의미가 큰 변화라는 평가다.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갖춘 오팔세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 서울시가 한 문화향유 실태조사에서는 5060세대의 연간 문화활동 관람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관람횟수도 20대와 비슷했다. 5060세대의 음악·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이용 증가율도 100%를 웃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과 간편결제 사용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오팔세대가 뭉치면 언제든 MZ세대 이상의 소비 잠재력을 보유한 집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오팔세대는 온·오프 모든 영역에서 자체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어 이미 유통 업계와 광고주들은 이들 계층의 소비행태 변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순자산 1위…금융권이 주목하는 오팔세대

오팔세대를 가장 주목하는 곳이 금융권이다.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로운 세대라는 점에서다. 실제 순자산 규모로는 50~60대 가구주가 1위다. 인구 비중 역시 이미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고 2027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트로트 열풍에서 나타났듯 오팔세대는 새롭게 팬덤 문화를 주도하며 MZ세대 이상의 소비 잠재력을 보유한 집단으로 변모한 상황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앞다퉈 은퇴 후 안정적인 삶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세미나, 커뮤니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시니어마케팅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시니어플러스 홈페이지 오픈, 전용 모임공간인 우리시니어플러스센터를 신촌과 명동에 운영 중이다.

신용카드 회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카드는 액티브시니어를 위한 아이앰액티브(I’ m ACTIVE) 카드를 내놨다. 롯데카드를 주 카드로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별 소비패턴 분석을 바탕으로 만든 카드다. 이들은 스포츠 레저, 반려동물 관련, 병원·약국 이용 비중이 높고, 유기농 식품의 경우 2030세대 보다 두배 가량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체국도 ‘라이프플러스’ 신용·체크카드를 내놨다. 건강, 여가 및 반려동물 등에 관심이 많은 액티브시니어 고객이 대상이다.

MZ보다 영향력 크다…맞춤형 서비스가 답

하지만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권은 실버세대를 뭉뚱그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금융상품을 내놔야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데다 잘 뭉치는 오팔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팔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참여형 프로그램과 자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에서도 실버세대를 세분화해 다양한 보험·신탁·투자상품 등을 출시하며 이들의 자산을 금융권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에이지리스형 소비를 지향하고 은퇴 후 삶의 의미를 찾으려하는 오팔세대의 인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으로 관련 소비에 적극적이며 지속력이 강하다는 특징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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