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미디어아트] 국내 국공립 미디어아트 전시장 살펴보기

[아트테크] 6편
백남준아트센터, 울산시립미술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장의 현주소
  • 등록 2022-10-26 오전 6:00:00

    수정 2022-11-02 오전 10:24:16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별칭이 있는 백남준아트센터 전경.(사진=백남준아트센터)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최근 몇 년간 미디어아트 시장은 급성장했다. 캔버스를 벗어난 벽이나 바닥 등 다양한 공간을 도화지로 사용하는 미디어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메타버스와 NFT의 기술적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연재로 미디어아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그 공간 속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아트가 우리의 일상으로 찾아왔다. 미술관·박물관·갤러리뿐만 아니라 지하철·터널·공원 등의 다양한 실내외 공간에서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다. 미디어아트가 허물고 낡은 공간에 생기를 더하면서 도시 재생 효과까지 만들고 있다. 2002년 사업자의 폐업 신고 이후 19년 넘게 방치된 충주 수안보 와이키키호텔이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갖춘 감성 호텔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이 2022년 5월에 들려왔다. 2024년 상반기에 개장할 예정이란다. 미디어아트의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언제 시작됐을까? 지자체의 노력으로는 서울시가 1999년 기획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있다. 이듬해인 2000년 ‘도시: 0과 1사이’를 주제로 제1회 ‘미디어시티 서울’이 열렸다. 서울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술의 동시대성과 실험성을 주목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는 올해 12회를 맞았다. 정식 명칭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대표 국제전으로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와 함께 한국의 3대 비엔날레로 꼽힌다.

우리나라에 미디어아트가 정착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주요 미디어아트 전시장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먼저 백남준아트센터, 울산시립미술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전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 백남준아트센터는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문 공공미술관이다. 경기문화재단 소속의 경기도 도립미술관이다. 백남준이 살아생전인 2001년 작가와 경기도는 미술관 건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이곳은 2006년 백남준 별세 2년을 맞이해 2008년 4월 30일 준공식을 하고 그해 10월 9일 공식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전체면적 5,605㎡(1,695평) 규모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단순히 백남준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증진이라는 과업’을 목표로 한다. 최신의 미디어아트,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까지 포괄하면서 실험적 예술 활동, 창의적 학술 활동을 배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작가들이 함께하는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백남준의 ‘TV 물고기’(사진=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을 240점 넘게 소장하고 있다. 백남준의 주요 소장품으로는 기술을 대변하는 텔레비전이 하나의 유기체적 공간을 이루는 ‘TV 정원’(1972(2002), 한 줄로 늘어선 24개의 컬러 모니터 앞에 같은 크기의 어항 24개를 설치한 ‘TV 물고기(비디오 물고기)’(1975(1997), CCTV를 통해 부처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해 텔레비전으로 보내 부처가 텔레비전에 비치는 영상을 바라보도록 하는 ‘TV 부처’(1974(2002) 등이 있다.

백남준과 관련한 서신, 사진 등의 1차 자료로 구성된 아카이브 컬렉션들과 백남준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스튜디오 컬렉션, 그리고 2,285점의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로 구성된 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 등이 있는 아카이브도 운영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계승한 작가에게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수여한다. 2009년 제정한 이 상은 작가의 예술정신에 대한 지금의 의미를 사유하고,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예술가를 발굴, 소개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2009년 안은미, 이승택, 씨엘 플로이에, 로버트 앤드리안 엑스, 2010년 브뤼노 라루르, 2012년 더그 에이트킨, 2014년 하룬 미르자, 2016년 블라스트 씨어리, 2018년 트레버 페글렌, 2020년 캠프 등이 있다.

미디어아트가 미술계에서 새롭게 인식되면서 백남준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이와 함께 백남준아트센터의 중요성도 더욱 커진 모양새다. 백남준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매년 줄지어 열린다. 백남준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여전히 백남준을 살아 숨 쉬게 해주는 백남준아트센터가 미디어아트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

울산시립미술관 전경.
◇ 미디어아트의 성지,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25년 만에 처음 생긴 공공미술관이다. 2022년 1월 6일 개관, 1년도 안 된 신생 미술관이다. 5대 광역시를 비롯해 주요 지자체 가운데서도 가장 늦게 문을 열었다. 오히려 늦게 문을 연 것이 다른 지자체 미술관과는 달리 특화되는 점이 있다. 가장 최신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이요,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관도 갖췄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을 모두가 공유하는 참여와 체험의 공간’을 목표로 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미술계에서 급부상한 미디어아트를 미술관의 품으로 진지하게 품었다.

이곳은 부지 6,182㎡(1,870평)에 건물 연면적 12,770㎡(3,862)로 지하 3층, 지상 2층의 규모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전시실이 하나 있다.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로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인 XR랩(Extended Reality Lab)을 갖췄다. 이곳은 307㎡(92.8평) 규모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의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1~3호는 모두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이다. 1호 소장품은 ‘거북’(1993), 2호 소장품은 ‘시스틴 채플’(1993), 3호 소장품은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이다. ‘거북’(1993)은 백남준이 텔레비전 166대를 거북 형상으로 만든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이다. 크기는 10m×6m×1.5m에 달한다. 이 작품은 울산의 대표 문화재인 반구(盤龜)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연결되어 울산의 문화 정체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 특별전으로 17명의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참여하는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를 열었다. XR랩에서는 백남준과 더불어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예술매체로 사용한 미국의 실험미술가 알도 탐벨리니의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를 개최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을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며, ’실험성과 창의성으로 과거를 읽고 현재를 보며 미래를 담아내는 미술관이 되겠다‘라는 목표에 계속 향해가고 있다. 개관 1년도 안 된 울산시립미술관은 벌써 미디어아트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의 개관전 ‘디지털 공명’ 전시 전경(사진=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를 이끌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영화, 음식, 문학, 미디어 등 7개 분야에 걸쳐 탁월한 창의성을 발휘해 세계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도시를 선정, 창의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광주는 2014년 12월 1일 세계에서 4번째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로 지정되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는 광주를 포함해 프랑스 리옹·엥겔레뱅, 일본 삿포로, 영국 요크, 미국 오스틴, 오스트리아 린츠, 세네갈 다카르 등 16개국 17개 도시이다.

광주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2015년 ‘광주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이어 2017년 시민과 예술가의 창의 역량을 축적하고 창의적인 도시환경 개선을 통해 광주만의 미디어아트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플랫폼(AMT센터)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2022년 3월 30일 개관한 곳이 바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wangju Media Art Platform, 이하 GMAP)이다. 광주시립미술관 소속의 미술관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미디어파사드와 전시·교육·체험 복합공간을 갖춘 G MAP은 지하 2층, 지상 3층 등으로 총 5층 규모다. 대지면적은 5,547㎡(1,677.9평), 총넓이는 9,747㎡(2,948평)이다. 이곳은 아카이브, 전시, 연구 및 생산을 결합함으로써 미디어아트 관련해 ‘기획-창작-교육-연구-산업’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한,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며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해 세계를 향한 광주 미디어아트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나갈 예정이다.

G MAP은 개관전으로 국내외 미디어 작가들이 참여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마주하고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고찰하면서 정보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예술의 실험과 방향을 보여주는 <디지털 공명> 전을 열었다. 또한, 미디어아트 아카데미 강좌로 국내 전문가들이 나서 강연하는 총 9회차의 ‘뉴미디어아트에서 NFT까지’를 여는 등 G MAP은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필자도 이 강연에 강연자로 나서 나날이 발전해가는 G MAP을 지켜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주요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알아보자.

△ 글=이상미

프랑스 파리 고등미술연구원 예술경영학과에서 수학했고, 파리 고등실천연구원에서 서양예술사학과 고고학으로 석사 학위,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상아트(주) 대표이사이자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미술계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과 함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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