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체감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외식품목서 배달비 분리"[만났습니다]①

[인터뷰]한훈 통계청장
물가 체감도 높이려 내년부터 배달비 분리 조사 검토
자가주거비 물가지표 포함은 신중…"사회적 합의 필요"
포괄적 연금통계 등 부처 필요한 통계개발 집중
재난 SGIS 구축 통해 입체적인 재난방송 지원
  • 등록 2022-12-15 오전 5:00:00

    수정 2022-12-15 오전 5:00:00

[대전=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물가동향의 현실반영을 높이기 위해 배달비 조사방식 개선, 연령·가구 특성별 물가지수 작성 등 새로운 지표 개발·검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괄적연금통계’, ‘가계부채통계’ 개발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체계 및 가계부채 대책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맞춤형 통계작성도 집중할 예정입니다.”

한훈 통계청장은 최근 정부대전청사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기획재정부에서 통계청이 만든 수많은 통계를 활용해 경제정책을 짜다가 지난 5월 ‘통계 생산 책임자’로 임명된 된 한 청장은 통계의 중요성과 활용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다.

한훈 통계청장(사진 = 통계청 제공)
통계청은 물가지표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배달비 품목의 별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배달비를 외식가격에 포함해 조사하는 현재 방식보다 비중이 높아져 현실반영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청장은 자가주거비(보유한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빌려줬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물가 주지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난정보와 통계지리정보(SGIS)를 융합한 ‘재난 SGIS 구축’은 한 청장이 집중하는 부분 중 하나다. 예를 들어 통계청이 재난특보와 공간정보를 융합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효과적인 대응태세 준비는 물론 현황파악이나 피해복구도 종전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한 청장은 “통계청은 새 정부 120개 국정과제 중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통계데이터 허브로서 기능을 강화해 나아갈 것”이라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미래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한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물가통계가 체감물가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체감물가는 측정방법이 개인마다 다르고 심리적 요인 등에도 영향받기 때문에 공식통계와 차이가 있다. 물가지수는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쓰는 것을 평균낸뒤 그중 0.01% 이상 지출하는 품목 458개 품목에 가중치를 두고 조사한다. 평균적 가구와 개별 가구 간의 소비품목과 가중치가 다르거나, 사람들이 구매 빈도에 따라 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는 정도 다르기에 물가 통계와 체감물가가 다를 수 있다.

-배달비 비중이 늘었으나 물가에는 잘 반영되지 않았다.

△배달비는 기존 외식품목에서 분리 여부를 검토한 후 내년 중 별도 지표로 공표 예정이다. 배달비가 외식품목에서 분리되면 외식가격이 올랐을 때 배달비 때문인지 음식값 때문인지를 나눌 수 있어지기에 배달비 물가를 더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가주거비를 물가지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가주거비는 1995년부터 주지표가 아닌 보조지표로는 공표 중이다.(현재는 소비자물가의 9.8%를 차지하는 집세항목으로 잡고, 자가주거비를 제외한 전·월세 등락만 반영) 자가주거비를 주지표로 활용할 경우 28~30%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러면 집세가 변할 때 물가가 굉장히 많이 변할 수 있다. 물가는 연금, 최저생계비, 임금, 등록금 등과 같은 각종 가격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훈 통계청장(사진 = 통계청 제공)
-물가통계의 시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조사품목별 가중치 조정 등으로 연령대별·가구특성별 현실 반영지표 작성을 검토 중이다. 국민 개개인이 소비하는 바구니 차이로 인한 다양한 계층별 체감도의 현실 반영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물가동향 지수의 주기적 개편을 추진해 현실 반영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조사품목은 기존과 동일하게 5년 주기로 개편을 추진하며, 그 중간연도에는 가중치 조정 등으로 최근의 소비지출 구조를 적기에 반영하려 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상자산을 조사항목에 추가했다.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본조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1차 시험조사했다. 내년 제2차 시험조사를 진행하고 공표 형태 및 시기 등은 조사결과 및 국제 통계분류, 국내 가상자산 과세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가상자산의 분류에 대한 국내외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가별 과세 여부 및 형태 등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년 10월 포괄적 연금통계를 발표한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한국은 노인빈곤율 40%라고 하지만 특수성이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속한 나라는 연금이 굉장히 잘 갖춰져 있기에 이에 대한 측정도 잘된다. 반면 한국은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할 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은 행정자료가 없기에 전적으로 답변자에 의존한다. 포괄적 연금통계를 통해 개인·퇴직연금 및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등을 받는 이도 파악할 수 있다.(현재 가금복 조사에서는 주택·농지연금 수령자는 소득이 아닌 부채만 잡힘) 이렇게 되면 노후준비 상황을 명확하게 볼 수 있을뿐 아니라 연금개혁을 할 때도 증거기반 정책을 펴기에 용이하다. 이밖에도 국정과제와 정책이 증거에 기반하여 이행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통계 개발을 지원할 것이다.

-재난정보와 통계지리정보(SGIS)를 더한 ‘재난 SGIS’ 구축 중인데.

△재난특보는 이동경로 및 강우량 등 기초 정보만 제공 중이나, 피해 예상범위 내 인구, 주택, 경작지 등의 공간정보와 융합하면 현황 파악 및 복구를 위한 의사결정 지원까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 주요 사업체 또는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정보를 함께 알면 더 생생하고 유용한 재난방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내년 도입을 목표로 이미 기상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인구문제가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안인 만큼, 통계청은 인구감소 등 인구정책 관점의 정책 추진을 지원하고 있다.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고 시의성 있는 정책수립 지원을 위해 추계주기를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제공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주관 부처에 도움되는 지표 개발 및 작성지원 역할을 강화하고, 국가통계포털(KOSIS) 등으로 관련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를 확충할 예정이다.

한훈 통계청장(사진 = 통계청 제공)
-경기 저점은 언제로 보나.


△경기 저점에 대한 판단은 내년 초 국가통계위원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다만 학계에서는 2020년 상반기 5월쯤이 저점을 찍고 올라갔다는 컨센서스는 있는 듯 하다. 현재 경제흐름은 중립적 통계를 만드는 이로서 볼때 올라가다가 주춤하는 듯 하다. 조심스러운 부분은 통계청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통계를 그렇게 만들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한다. 통계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기에 절대 그럴 수 없다.

-통계청이 통계처로 승격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청’은 법령제정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재는 통계법을 개정하려면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법령제정권한이 있는 ‘처’로 승격되면 통계법에 대해 훨씬 오너십이 있고 필요한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타부처와의 협의에서도 대등한 위치가 돼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통계처로의 승격 등 조직 개편에 관하여는 학계 및 정치권의 논의와 그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한 청장은…

△전북(1968년) △호남고 △서울대 경영학 학사 Δ서울대 행정학 석사 Δ미국 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Δ행시 35회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장·지식경제예산과장·전략기획과장 △교육부 정책기획관 △일자리위원회 총괄기획관 △기재부 혁신성장정책관·정책조정국장·경제예산심의관 △기재부 차관보 △통계청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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