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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연기가 아니었어요. 많은 것을 함께 해 왔던 사람인데…. 바라보기만 하는데 가슴이 저며오더라고요."
덩그라니 놓여 있는 먼지 낀 피아노 한 대. 짙은 선그라스를 낀 민머리의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이상하다. 가녀린 여자의 음성이다. 카메라가 돌면 목소리의 주인공이 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마주보고 헤어진 연인처럼 절절한 눈물을 흘린다.
연주의 새 싱글앨범 타이틀곡 `와칭 미`(Watching me)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다. 남자는 이번 앨범에서 연주와 함께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돈 스파이크. 두 사람은 햇수로 6년이 된 연인이다.
"1, 2집 때도 같이 작업했어요. 그런데 이번 작업은 사운드 메이킹을 해준다는 단순한 측면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했어요. 그저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내 일처럼 두 팔을 걷어붙이고 최선을 다한 그런 음반이에요. 기념비적인 음반이죠."
3년 만에 발매한 음반에 수록곡은 7곡이다. 그마저도 4곡은 연주곡으로 정규곡은 3곡에 불과하다. 1년에 꼬박 한 곡씩 채워넣은 셈이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굳이 꼽자면 `어둠`이다. 연주는 이 앨범의 콘셉트에 대해 "보다 나에게 맞는 색"이라고 말했다.
"큰 의미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그간 대중들이 저에게 원하는 목소리는 밝은 것이었어요.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도 샤방샤방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사실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제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런 마음으로 했어요. 중학교 시절 친구는 이 앨범을 듣더니 이제 내 친구답다고 하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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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는 것이 염세주의나 비관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연주에게 어둠은 남들 앞에서 밝은 페르소나를 쓰고 있다 혼자 남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감정이다. 이 앨범은 그 감정들을 추스리고 모은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성과물이 나왔을 때도 들뜨거나 커다란 성취감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좋고 뿌듯한 마음은 있지만 마음에 드는 곡 한 곡을 썼을 때 만큼의 희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1집이 나왔을 때는 막 울었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그런 감정이 안 들더라고요. 다만 정말 노래가 잘 나왔을 때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은 있어요. 예전에는 앨범이 나오면 엄청 마음에 든다고 인터뷰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워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은 달라지니까 말을 하는 것도 곡 쓰는 것도 무섭죠. 이 앨범은 그래서 51%정도 만족한다고 해요."
"요즘 음악은 상업적인데 저는 그게 안돼요. 그저 되는대로 그 때 그 때 제가 좋은 것으로 음악을 하죠. 진실을 알아주는 것은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제 겨우 10년밖에 음악을 하지 않았잖아요. 10년이 대단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번부터는 화장도 좀 하고 그래요.(웃음)"
연주는 가수라는 말을 스스로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트위터에 자기 소개도 `대한민국 수많은 음악쟁이 중 한 명`이라고 단촐하게 적어놨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자기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은 강하다.
"다른 음악을 들으면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어요. 다마키 코지(안전지대 보컬) 음반을 들었는데 가사랑 절제된 보컬이 엄청 좋았어요. 순간 `왜 이런 걸 생각 못했을까`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감수성을 담은 발라드 명반을 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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