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루이비통 등 1세대 명품 퇴출 '굴욕'

페라가모·멀버리 등 주요 매장서 퇴출
국내서 매출 부진…영업익은 확 줄어
1세대 명품 가치↓, 百서 찬밥신세 전락
  • 등록 2014-09-11 오전 6:00:00

    수정 2014-09-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서관에서는 더 이상 ‘페라가모’ 제품을 볼 수 없다. 지난 3월 명품관을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페라가모 매장이 퇴출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현대백화점이 가을 매장을 개편하면서 이탈리아 고가 남성복 ‘에르메네질도 제냐’ 매장 3곳을 잇달아 문을 닫았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두 브랜드가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국내 명품시장을 호령하던 수입 고가 브랜드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 위축에도 샤넬과 에르메스 등 초고가 명품은 여전히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구찌·페라가모·루이비통 등 일부 고전 명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산층 고객 비중이 큰 이들 브랜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멀버리 홈페이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성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지난 7월 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지난달 일산 킨텍스점 매장을 비웠다. 또 오는 17일에는 현대백화점 대구점 매장도 닫을 예정이다.

표면상으로는 매장 개편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출 감소에 따른 사업 축소라는 게 업계 측의 전언이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멀버리도 지난달 롯데면세점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빠졌다. 신세계센텀시티점에서도 올해 초 멀버리 매장이 퇴점되는 수모를 겪었다. 멀버리는 2011년 10월 온라인점과 코엑스점에 입점한 뒤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등에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명품 여행가방 리모아도 2011년 롯데면세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2곳에 입점한 이후 3년 만에 매장을 철수했다. 발리도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백기를 든지 1년만에 재론칭하면서 매장 수를 13곳에서 2곳으로 줄였다.

소위 1세대 명품 브랜드의 이번 퇴출은 영업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중산층이 지갑을 닫은 데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병행수입이나 직구가 대중화되고 각종 아웃렛·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이 들어오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 명품 업체들의 최근 실적은 초라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페라가모 코리아의 매출은 2011년 972억원에서 이듬해 984억원, 2013년 111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년새 21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구찌 코리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올해 초 루이비통 출신의 카림 페투스 사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지만 상황 반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찌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425억원으로 2012년(2548억원)보다 5.2%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1년 32%에 달했던 명품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4%대로 급감했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도 21.3%에서 7.8%로 쪼그라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로고만 달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은 끝났다”며 “과시형 소비보다는 실속 있게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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