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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위한 상품이 웬 대북제재 위반?’

[‘KB 북녘가족愛 신탁’ 유엔결의 위배 논란]
“北 송금 없어…제재 지속땐 南가족이 받아”
[이산가족 상봉기간 환전소 운영까지 ‘불똥’]
“대한민국 영토 속초에 설치…환전금액도 제한”
  • 등록 2018-08-31 오전 5:00:00

    수정 2018-08-31 오전 5:00:00

KB국민은행은 8·15 광복절을 맞아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방문단 및 상봉단을 위해 임시 환전소를 설치했다. 사전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에 차려진 임시 환전소는 미국 달러화(USD) 환전만 가능했으며 지난 19일과 23일 두 차례 운영됐다. (사진=KB국민은행)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KB국민은행이 남북 교류가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선의로 출시한 금융상품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올 들어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달 20~26일 금강산에서 2015년 이래 2년10개월 만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진행되면서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KB 북녘가족愛(애) 신탁’을 내놨다. 하지만 대북(對北) 제재에 관한 유엔(UN) 결의 위반이 아니냐는 논란이 곧바로 불거졌다. ‘KB 북녘가족愛 신탁’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겨두면 은행이 이 자금을 관리하고 고객 본인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논쟁의 시발점은 한 외신 보도다. 지난 27일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남북 경제협력이 급증할 때를 대비해 특화상품을 선보이고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북 압박을 유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부딪치며 미국 정부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미 동맹 신뢰마저 깎아내릴 수 있다는 한반도 전문가 설명도 곁들였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장소에 임시 환전소를 운영한 일로까지 불똥이 튀어 이것도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시 환전소는 개성공단 지원은행인 우리은행 외에 한 곳을 추가하자는 대한적십자사 요청에 응한 조치로 환전소가 대북 제재와 무관한 대한민국 영토인 속초에 차려졌고 1인당 환전금액을 2000달러 이하로 제한해 대북 제재 위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해당 신탁 상품은 자금이 당장 북측에 건네지지도 않고 남한 가입고객 사망 후 보내지며 그 때조차 대북 제재 수준이 지금과 동일하다면 가입고객이 지정한 남쪽 자녀·혈족·인척 등 차순위 수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 유엔 결의를 어기지 않았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2박3일간의 상봉 행사를 마친 북측 이산가족들이 지난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한 후 눈물을 훔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출시된 지 1주일가량 경과한 ‘KB 북녘가족愛 신탁’은 신상품이지만 세상에 나오자마자 미래가 불투명한 상품으로 빛을 바랬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지난 1988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약 13만1000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5만8000여명이다. 3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3명 중 한 분 넘게 세상을 떠났고 80세 이상 초고령 생존자가 절반을 훨씬 웃도는 64%에 달한다. 대다수의 이산가족은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해 본인 재산의 상속의사를 표시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북녘신탁은 특정금전신탁 중 특약 사항으로 은행과 고객 사이에 1대 1 계약으로 가입되는 상품이라 금융당국의 약관 심사를 받아 출시하는 상품이 아니다. 만약 당국 심사 대상이었다면 한미 공조를 강조하는 정부 입장에 따라 출시되지 못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지나치게 코드를 맞추려다 무리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비료 지원 사업으로 오해를 산 NH농협은행과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랩(Lab)실을 설치한 신한은행 양행은 모두 대북 이슈를 관심 있게 지켜볼 뿐 북한과 관련된 금융상품 및 서비스는 전혀 출시한 예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남북 경제협력은 정부가 주도할 사업으로 민간은행이 앞장설 이유는 없으며 금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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