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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현대판 베렝거]"年3871% 수익" 불법 투자자문 주의보

  • 등록 2019-03-18 오전 5:30:00

    수정 2019-03-18 오전 9:29:43

서울 강남에 사무실 두고 운영 중인 한 투자자문업체의 홈페이지. 유료 VIP회원이 올린 수익이라며 팝업창까지 띄워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자료=한 투자자문업체 홈페이지)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서울 강남의 투자자문업체인 A 업체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지난해 실시간 누적수익률 연 3871%, 월 수익률 15% 이상, 승률 95%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카카오톡 수익인증’이라며 회원 후기도 게재돼 있고 모 언론·단체로부터 ‘소비자가 뽑은 우수업체’로 선정됐다는 내용도 있다. 1년에 1500만원의 회비를 받고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A 업체에 최근 취재를 위해 대표이사와 전화통화를 요구했지만 “외부에 일이 있어 통화가 어렵다”는 직원의 말만 돌아왔다.

대형포털 사이트에 ‘투자자문’을 입력하면 이런 비슷한 유형의 광고를 하는 업체만 1975개에 이른다. 모두 신속하고 믿을 수 있는 업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262개 투자자문업체의 영업행위를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10% 수준인 26개사가 불법·불건전 영업행위로 적발됐다.

지난 1800년대 역사상 첫 주가조작 범죄로 기록된 ‘베렝거 사건’ 이후 200여년이 지났고, 한국에서도 첫 불공정거래로 적발된 1988년 광덕물산 내부자거래 이후 30여년이 흘렀지만 증시 불공정거래는 카카오톡,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진화를 거듭하며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자문업체가 금융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해도 단속과 제재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는 게 유일한 길이지만 미등록 업체라면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해 8월 말까지 78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73건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투자자문업체가 챙긴 부당이득금액은 213억9000만원에 달했다. 자본시장 내에서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더 교묘해지면서 투자자 피해가 늘고 있다. 불공정행위를 적발해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투자자의 불만은 줄지 않고 있다.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 중 23대 과제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제시하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 의지를 명확히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하세월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불공정거래 사건을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수단을 두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사건의 복잡성과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여러 제재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문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회원 카카오톡 수익인증 게시물(자료=한 투자자문업체 홈페이지)


<용어설명>‘베렝거 사건’☞지난 1814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가 힘이 빠질 무렵 드 베렝거 일당이 런던증권거래소에 나폴레옹이 죽고 영국·러시아·오스트리아 등의 연합군이 파리를 점령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주가가 급등하자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긴 사건을 말한다. 영국 법원에서 이같은 행위를 범죄로 보고 처벌하면서 역사상 첫 주가조작 행위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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