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유튜브의 맘대로 ‘화질 저하’가 남긴 것

①CP의 행위가 서비스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 미쳐
②한국 정부와 국내 통신사 무시한 구글
③구글의 한국 이용자들에 대한 책임 의식 부족
  • 등록 2020-04-05 오전 7:48:28

    수정 2020-04-05 오전 8:01:4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글 유튜브 로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온라인 교육이 증가하며 콘텐츠 소비가 늘어 인터넷망 트래픽(통화량)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당장은 트래픽 과부하로인한 사고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유럽 집행위원회(EC)는 통신망 과부하를 우려하며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콘텐츠기업(CP)들에 스트리밍 전송률 하락(화질 저하)을 유도했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우리나라는 트래픽이 늘었어도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 용량의 45%~60%에 불과해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글은 지난 19일 유럽에서 유튜브 화질 수준을 낮추기로 결정한뒤, 25일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 품질을 HD급 이상에서 표준화질로 낮췄죠. 유럽의 조치를 전 세계로 확대한 겁니다.

구글의 조치는 통신망 불안이 사회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서비스 품질을 낮춘 것 자체를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구글의 행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군요.

바로 ①CP가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것(국내 유튜브 이용자의 품질 하락은 국내 통신사가 아닌 유튜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 ②구글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통신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 위반)③구글의 한국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 부족 등입니다.

①CP의 행위가 서비스 품질에 직접 영향 미쳐

구글이 화질을 낮추면서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은 예전보다 흐릿한 화질로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조치는 국내 통신사나 정부 당국(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 요청한 게 아니죠. 그저 구글이 유럽부터 화질을 낮추다가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는 방통위가 망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생각했던 ‘CP도 서비스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일입니다.

몇 년 전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맘대로 라우팅(접속경로) 정보를 바꿔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 사건도 있었지만, 이번 일은 구글이 공개적으로 스스로 품질을 관리한 일입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해 구글을 비롯한 국내외 CP들은 서비스 품질은 통신사 영역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코로나19가 이런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방통위 로고


②한국 정부와 국내 통신사 무시한 구글(가이드라인 위반)


방통위가 지난 12월 5일 공개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는 ‘CP는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변경,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이 조항을 지키지 않았죠. 구글을 비롯한 CP들은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기에 지키지 않는 걸 문제 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효력은 없어 구글에게 과태료 같은 책임을 묻기도 어렵죠.

다만, 이번 일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일은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그저 ‘재난 상황’이라고만 할 게 아니라 구글에게 경고 공문을 보내는 등 후속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가이드라인까지 무시하는 구글이라면, 한국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어떤 불공정한 일을 할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③구글의 한국 이용자들에 대한 책임 의식 부족


사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구글의 사회적 책임 문제입니다.

구글 유튜브는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국내 사용시간을 합친 것보다 오래 사용하는 앱(2019년 8월, 와이즈앱 기준)이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소수 글로벌 CP가 유발하는 LTE 데이터 트래픽은 인터넷 트래픽 상위 10개 사업자 중 67.5%를 차지(2019년 9월, 변재일 의원실)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고, 한국에서 막대한 광고 수익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세상이 되면서 구글의 인기와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국내 인터넷 망을 대부분 무상으로 이용하죠.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코로나19 전염으로 일부 통신 국사가 폐쇄돼도 다른 국사에서 원격으로 통신망을 운용할 수 있도록 원격 망 운용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구·경북 지역 등에 통신비 감면을 추진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어디 통신사뿐인가요. 네이버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서버 비용을 50% 인하하고 협업플랫폼인 ‘워크플레이스’를 상반기까지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고, 카카오는 모든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왓챠플레이는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들에게 1개월 무료 서비스 이용권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구글은 어떤가요. 구글코리아가 한국 이용자들에게 코로나19 관련 도움을 준 것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내 포털들과 달리, 최근 ‘n번방’ 사태에서 연관 검색어를 제대로 지우지 않아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삭제하기 시작한 일만 기억납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공정경쟁, 이용자 보호 같은 문제보다는 감염병 대응을 명목으로 한 절차 무시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구글 같은 힘 센 글로벌 CP들만 국내에서 사업하는데 유리해질까 걱정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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