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키움운용 공모펀드 투자한 美리츠 `회계비리`로 과징금

베리츠社 전신 ARCP 배당금 관련 숫자 부풀려
美SEC 과징금 800만달러 부과…"의도적"
타이거운용 사모펀드에 베리츠 20% 출자
키움운용 재간접 공모펀드 자금 760억원 섞인 상태
  • 등록 2020-07-06 오전 12:20:00

    수정 2020-07-06 오전 12:2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설정한 공모펀드와 함께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현지 운용사가 과거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확정돼 거액 과태료를 물게 됐다. `숫자로 장난` 친 운용사가 관여한 상품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운용과 이 펀드 운용 주체 타이거대체운용 측은 펀드 운용에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키움히어로즈미국물류포트폴리오부동산투자신탁제1호[재간접형]투자흐름도


“의도적으로 회계 부정”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선물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3일 미국 현지 리츠운용사 베리츠(VEREIT)의 전신 ARCP에 과징금(Civil Money Penalty) 800만 달러를 부과했다. 위원회는 ARCP가 `연방 증권법에서 정한 기록 절차를 어기고 사기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같이 조처했다.

앞서 2014년 10월 ARCP는 2013년과 2014년 상반기 등 6개 분기 재무보고서에서 회계 부정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무제표에 들어가는 조정운영자금(AFFO·Adjusted funds from operations)을 실제보다 부풀린 탓이다. 이 자금은 리츠 배당 성향을 정하는 기초가 된다. AFFO 금액이 클수록 배당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리츠를 우량 자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SEC는 “의도적(intentionally)으로 숫자를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미국 리츠 투자에 밝은 펀드 매니저는 “이 숫자가 큰 리츠일수록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고, 이로써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이 부분과 관련한 회계 부정은 주가를 왜곡시킨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SEC 보고서를 보면, ARCP가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발표한 2014년 10월29일 이 회사 주가의 종가는 전날보다 19% 급락했다. ARCP는 이날 발표에서 부정행위에 관여한 임원을 사임시키기로 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후 ARCP는 사명을 현재 베리츠로 변경한 상태다.

“의심 안하면 비정상”

이런 전력을 가진 베리츠에 한국 투자자의 자금이 엉켜있는 상태다. 타이거대체투자운용은 미국 현지 물류창고에 투자하려고 사모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베리츠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타이거와 베리츠 지분이 8대 2 비율로 섞인 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여기에 자금을 댄 상품이 지난해 5월 설정된 키움투자운용의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키움히어로즈미국물류포트폴리오부동산투자신탁제1호[재간접형]`이다. 이 펀드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단독으로 판매했다. 현재 순자산 가치는 760억원이다. 키움운용에 따르면 수익률은 설정 이후 -0.6%, 최근 6개월과 3개월 각각 1.5%와 -1.6%이다.

운용 업계 시선은 엇갈린다. 해외 대체 자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말썽이 났던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가 우선 붙는다. 공모운용사에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매니저는 “해외 자산이 현지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관리하기란 쉽지 않은데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신뢰를 좌우하는 회계장부 상 숫자를 건드렸던 전력이 있는 주체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징계 끝난 상황…경영진 물갈이”

반대로 과거 부정은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비유다. 베리츠는 당시 책임자 징계가 이뤄졌고, 경영진이 바뀌어 체질 개선이 이뤄진 상태다.

타이거와 키움 측도 같은 입장이다. 김용훈 타이거대체투자운용 대표는 “베리츠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2014년 이런 부정이 일어난 사실을 인지하고 법률 자문을 받아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베리츠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베리츠를 투자자로 맞이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회사 임직원은 모두 교체됐고, 현재 경영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베리츠가 우리 펀드에 출자한 자산을 중도에 회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키움투자운용 관계자는 “베리츠 부정은 2014년 발생했고, 이후 SEC 조사가 진행돼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라며 “펀드 운용에 변수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SEC 과징금은 형사 처벌이 아닌 민사 성격이라 징계 수위도 제한적”이라며 “타이거대체투자운용이 펀드 자산 80%를 가져서 운용 권한도 우리 쪽에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 베리츠 측은 타이거대체투자운용을 통해 “세계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에서 투자등급인 BBB를 유지하고 있어 회사 신용에 문제가 없다”며 “현재 가용 가능한 현금을 12억달러 확보하고 있다”고 이데일리에 전해왔다. 과징금을 낼 여력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800만 달러 과징금은 베리츠의 지난해 총자산(132억달러) 대비 0.6%에 해당하는 미미한 규모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펀드 투자 자산에 하자가 없고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면, 회계 부정 전력을 반드시 운용상 변수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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