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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마켓워치]<18>연준 FOMC 다시 `소방수` 모드로

코로나19 회복세 후 관망·자산매입 축소 등 안정 중시
고용 등 지표회복 정체속 이달말 부양정책 종료 예고
금주 FOMC서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지표연동 고려
자산매입 재확대도 채비…당분간 신중한 입장은 고수
재무부 TGA 집행, 연준 YCC 도입 등 히든카드도 남아
  • 등록 2020-07-26 오전 7:55:00

    수정 2020-07-26 오전 7:55:00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현재 미국 경제는 짙은 안개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 갇혀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2차 침체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애초 두 어달만 있으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훨씬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이 서서히 사업계획을 바꾸고 고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실업률이 또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이번 주인 28~29일(현지시간)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 내부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인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경제활동 재개 덕에 3~4월 중 가파르게 악화됐던 경제지표들이 하나둘 살아나고 있지만, 핵심 지표인 고용을 중심으로 지표 개선세가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기세 좋게 오르던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대신 안전자산인 미 국채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국채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장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나섰던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준 자산매입 규모가 완연하게 감소하고 있고 해외 중앙은행 통화스와프 규모는 급감 중이다. 기업들에 대핸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지원도 재원이 거의 소진되며 정체돼 있다.


실제 3월 중순 무제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할 당시 4조달러 수준이던 연준 대차대조표는 석 달도 채 안된 지난달 10일 7조1700억달러까지 크게 불어났습니다. 자산매입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덕이죠. 그러나 이후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자 연준은 곧바로 자산매입 속도를 늦추기 시작합니다.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지난 3월말~4월초에만 3주 연속으로 매주 3000억달러 이상씩 사들이던 국채를 지난주엔 60억달러 매입하는데 그쳤고, 특수목적기구(SPV)를 활용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사들인 규모도 매주 10억달러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2일 현재 연준 대차대조표는 7조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6조9600억달러 수준으로, 보름 전 최고치 대비 2040억달러 정도 오히려 줄어 들었습니다.

아울러 뉴욕 연은도 지난달 중순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를 종전대비 0.1%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레포 금리는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안전자산인 국채 등을 담보로 해 연준으로부터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인데요.

코로나19 이후 레포로 싸게 자금을 빌려줬더니 금융회사들은 이를 빌려 상대적 고금리인 미 국채 등에 투자해 편하게 수익을 내더라는 겁니다. 뉴욕 연은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레포 금리를 올렸구요. 지금도 레포 입찰은 진행하지만, 이렇게 금리를 올려 버리니 실제 참여하는 금융회사는 3주 연속으로 한 곳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뉴욕 연은이 실시한 레포 입찰을 통한 유동성 공급 규모


이렇다 보니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 시점에 맞춰 연준이 다시 소방수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오고 있구요. 특히 그동안 고용지표에 버팀목이 됐던 600달러 추가 실업수당 지원과 임대료 미납 세입자에 대한 퇴거명령 유예조치, 연준의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등이 이달 말 종료되다 보니 이번 FOMC 회의를 전후로 연준 스탠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연준이 `안정`에서 `부양` 쪽으로 정책 방향을 다시 틀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거론한 브레이너드 이사와 바킨 총재의 발언은 정책 선회의 단초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일단 이달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내놓을 수 있는 추가 부양 카드는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선제 안내)의 강화입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뼈저리게 배운 건, 충분한 사전 안내 없이 통화정책을 섣불리 정상화함으로써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교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미 “우리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고, 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통해 2022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확인시켜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현재로서는(currently)`이라는 표현입니다. 현재로선 앞으로 2년간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고 약속할 수 있지만, 갑자기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심지어 과열양상까지 나타난다면 이런 약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연준은 강화된, 즉 보다 구속력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첫째 구체적인 시기에 못 박는(Time-based) 방식입니다. `2022년 말까지` 또는 `앞으로 3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식입니다. 둘째 지표에 연동된(Outcome-based) 방식입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또는 `인플레이션이 2%를 넘을 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식이죠.

최근 안정되고 있는 미국 단기금리. 특히 향후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사라지면서 만기 3년 이하 구간에서 채권수익률곡선은 극도로 평탄해지고 있다.


현재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다 강화함으로써 수익률곡선의 앞쪽인 단기금리를 확실히 붙들어 두고자 합니다. 지난 FOMC 회의에서 “2022년까지는 현재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던 연준이 이번에는 지표에 연동된 가이던스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며 향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도는 과열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약속이죠. 현재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대비 0.5% 수준이라 이 정도 약속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은 아주 아주 먼 얘기가 되는 겁니다. 특히 이는 내년에 미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발행해 재정지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로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연준의 자산매입이 재차 확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지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경제활동 재개에 브레이크가 걸린 와중에 추가 재정부양책이 근시일 내에 나오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엔 다시 경색이 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추가 실업수당과 연준의 PPP가 실물경제 안정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강조하면서 8월 첫 주 이후 한 달 가까이 휴지기를 갖는 의회가 추가 재정부양 패키지를 속히 합의하라는 압박을 가할 겁니다. 만약 8월 첫째주까지 합의가 안되면 9월초까진 재정부양 공백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연준이 조만간 다시 자산매입 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 최근 연준이 시중 초과 유동성을 다소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와중에 시중 단기금리가 다소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터라 상황에 따라 단기물 위주로 자산 매입을 다시 늘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지난 의회 청문회에서도 기업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심지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주식 매입에 대한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도 철저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준이 자산매입에 쓸 수 있는 실탄은 아직 충분하지만, 인위적으로 자산가격을 부양하진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추가 자산매입엔 굉장히 신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연준이 초과유동성을 다소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하루짜리 레포를 적용해 리보금리를 대체하는 SOFR 금리가 다소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미 의회가 추가 재정부양 패키지에 제때 합의하지 못하거나 연준이 당분간 추가 자산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또 다른 히든 카드들은 남아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중 하나는 재무부가 연준 대차대조표 내에 가지고 있는 연준예치계정(TGA)인데요. 이는 재무부가 국채 발행과 법인세 징수 등을 통해 남는 유동성을 연준에 쌓아둔 일종의 비상금입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경제가 좋아 법인세수가 늘었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다보니 이 TGA 규모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현재 이 계정은 1조6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데요. 이 정도라면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 전까지 경제를 부양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이 자금은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쓸지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의 돈이다보니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하다 싶을 때 재무부가 언제든 집행 가능합니다.

아울러 연준에겐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중기나 장기금리에 일정한 캡(=상한선)을 씌우는 채권수익률곡선 관리(YCC), 또는 일드캡(Yield cap) 카드가 추가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연준은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아껴두고 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적어도 앞으로 한 두 달 내는 아니겠지만, 연말쯤이면 아마도 연준이 이 YCC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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