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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아트어택]②5000만원짜리 덥석…"되레 겁나 못 팔았다"

수십년 베테랑 밀어낸 MZ컬렉터
1분기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11%
10개국 고액 수집가 절반 차지해
폭넓은 정보, 발빠른 실행 무기로
SNS 정보수집·구매공개 동시에
단순감상 구매서 '아트테크' 대세
  • 등록 2021-05-28 오전 3:42:01

    수정 2021-05-28 오후 1:22:28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1’에서 감상과 투자 둘 다를 잡은 MZ세대. ‘컬렉터’ 하면 연상되던 고전적 방식을 탈피한다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들이고 더 은밀하게 내다 팔던 선배들과는 달리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사고판다. 화랑가의 ‘고객’이란 타이틀도 내려놓고 아트페어·전시를 돌아보는 일도 즐긴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30대 젊은 부부가 화랑을 찾아왔어요. 항상 방문하던 컬렉터는 아니었고요. 새로운 얼굴이었습니다. 마침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한 중견작가의 개인전 중이었는데요. 대작부터 소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걸었더랬지요. 그런데 전시장을 둘러보던 부부가 그중 작품가가 5000만원이 붙은 작품을 사겠다고 하는 거예요. 덜컥 겁이 나고 무서웠습니다. 과연 이들이 이 작품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얼마 못가 싼 가격에 경매라도 내놓으면 어쩌나.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팔 수 없다고 돌려보냈습니다.”(인사동 A화랑)

#2.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갤러리를 찾아와 또 사정을 했습니다. 이전까진 전화를 몇 번이나 했었고요. 한 중견작가의 작품을 꼭 갖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입체회화란 독특한 작업으로 평단의 호평과 컬렉터의 인기를 동시에 받는 작가였습니다. 대학생인데 곧 군대를 간다더라고요. 이 작품을 사려고 용돈을 모으고 아르바이트도 했다고요. 작품가가 3000만원이니 적은 돈이 아닌데, 결국 그 친구에게 작품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한남동 B갤러리)

#3. “갤러리스트로 10년을 넘겼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을 처음 팔아봤어요.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 소개한 작품을 보고 갤러리를 찾은 30대에게 1300만원쯤 되는 그림을 바로 팔았고요. 또 한 번은 역시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1500만원쯤 되는 그림을 미국 뉴욕에 사는 30대 청년에게 팔았습니다. 구매자가 실물 확인도 안 한 작품을 뉴욕으로 바로 줬지요.”(성수동 C갤러리)

전통 컬렉터 줄 세우는 새로운 컬렉터

조용하던 화랑가에 요즘 화젯거리는 단연 2030세대다. 화랑에 어렵게 들러 화상에게 작가·작품 소개를 받고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작품 한 점을 사가던, 예전 컬렉션 방식은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주도권도 뺏겼다. 나이 지긋한 컬렉터들조차 2030 뒤에 줄을 서고 순서를 기다려야 인기작품 한 점을 얻을 수 있다.

수십년의 연차를 자랑하는 컬렉터까지 밀어낸 2030은 누구인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거라고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금융계·IT업계 등 고액 연봉자도 있지만 공무원을 비롯해 평범한 직장인까지 직업군은 다양하다. 그만큼 시장의 ‘양극화’는 불가피하다. 5000만원 안팎의 작품을 스스럼없이 구입하는 층과 200만∼500만원대 작품에 만족하는 층으로 나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시장에 유입된 2030이 막연한 실체가 아니란 거다. “실제로 적극 유입됐다”는 게 크고 작은, 제각각의 작가와 컬렉터를 보유한 화랑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갑자기’도 아니다. 화랑가에선 이미 2∼3년 전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파이가 커지면서 올 초부터 쏟아진 ‘대기록’을 부채질했다는 얘기다. 젊은 세대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비단 한국에서만 요란한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스위스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가 낸 ‘2021 미술시장 보고서’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싱가포르·홍콩·중국·타이완·멕시코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MZ세대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평균 22만 8000달러(약 2억 5800만원)어치 미술품을 샀고, 이들 중 30%는 100만달러(약 11억 3200만원) 이상 지출했다.

“1000만원 내외 국내외 현대미술품에 관심 높아”

‘미술품’을 적극적인 투자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트+재테크’란 뜻의 아트테크라는 말은 더이상 신조어도 아니다. 감상에서 재테크로 이동해가는 2030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 역시 전통적인 컬렉터와는 다르다. 덕분에 문턱이 낮아진 온라인경매, 대중화한 아트페어에서 직접 미술품을 사들이는 것 외에 아트테크 전문 갤러리를 통한 공동구매에도 적극적이다. 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 아트앤가이드 등 미술시장의 ‘신규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증가세다. 이 중 아트앤가이드는 2019년 16억 4950만원, 지난해 35억 5578만원이던 미술품 공동구매가 올해는 상반기도 지나기 전에 이미 34억 4780만원을 찍었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1’에서 감상과 투자 둘 다를 잡은 MZ세대. 미술시장이 반전한 건 올 초. 슬슬 불던 훈풍이 이들에 의해 이젠 열풍으로 휘몰아치는 중이다. ‘큰손’의 지갑에 희비가 갈렸던 이전과는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사진=아트부산).
아트페어에서 뗀 발걸음은 메이저경매로도 옮겨간다. 서울옥션은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컬렉터의 온라인경매 참여율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국내외 현대미술품에 관심이 많고 1000만원대 내외의 작품을 구매하며 젊은 작가의 원화작품이나 유명작가의 판화작품에 관심이 높다”고 정리했다. 실제 서울옥션 올해 1분기 온라인경매 총 낙찰 수에서 MZ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11%,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낙찰받은 1000만원 이하(2000만∼5000만원대 6%, 5000만원 이상 4%)의 작품은 총 낙찰작의 59%를 차지한다.

미술시장이 급격히 돌아선 데는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미술품으로 몰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금 부담도 적다. 미술품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비과세 대상, 생존작가의 작품은 판매가격에 관계없이 비과세 대상이다. 활동 중인 작가의 예술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게임하 듯 투자”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20대 후반 회사원은 ‘몇 개월 안 된 초보 컬렉터’로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철학’은 확고하다. 마음에 담은 그림을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필수라고 귀띔했다. “발견부터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카페나 SNS에 장황하게 올린다”는데 여기까지 정리해내야 비로소 끝났다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2030세대가 몰고 온 이런 미술시장의 변화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조인숙 조은갤러리 대표는 “명품백이나 한정판 운동화에 흥미를 잃은 2030 젊은 친구들이 빠른 속도로 관심사를 이동시키고 있는 중인 듯하다”며 “그 관심을 그들의 방식대로 SNS에 노출하며 소통하는 것을 여러 번 접했다”고 말한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디지털 세대의 역할은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2030세대는 입체적으로 자신의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방법을 안다”며 “IT·게임·가상현실 등 유년시절부터 감성을 지배당해 왔던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각자의 실적을 쌓고 성과를 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일련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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