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동학 "이준석 열풍, 이념 논쟁 시대 끝났다는 뜻"

만 39세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스스로 운동장 좁혀…이준석에 투영됐을 뿐"
"노동유연화·연금개혁 등 금기 깨고 실용 경쟁해야"
  • 등록 2021-06-18 오전 5:30:00

    수정 2021-06-22 오전 9:36:42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준석 열풍’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이 시효를 다했다고 봤다. 이준석 대표가 끊임없이 보수의 성찰을 말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고, 민심은 그것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당 역시 노동유연화와 연금개혁 등 전통적인 금기를 깨고 야당과 실용 노선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학 최고위원은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당선에 대해 “이념보수와 이념진보를 끝장내는 게 우리 세대의 과제”라며 “이준석 대표는 보수 진영의 운동장을 넓혀가는데, 민주당은 스스로 운동장을 좁히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준석 열풍’과 2030의 지지를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해석했다. 먼저 민주당의 오만·위선·무능·무책임으로 청년들이 지지를 거뒀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는 정부·여당의 오만과 위선이 드러나는 하나의 사례였을 뿐이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 역시 국민들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질질 끄는 모습은 무능해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책임지고 할 것은 하고, 못한 것은 사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하나는 보수 진영 내부의 반작용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 야당이 반성을 하지 않는 모습이 민주당에게 ‘야당 복’으로 작용했다”며 “그 강력한 반작용이 이준석 대표에 투영됐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도 결국 중원 싸움”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2030세대의 힘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민주당이 전통적인 지지층이라고 생각했던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가 됐다는 것은 거꾸로 뒤집힌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한 현상”며 “이준석 대표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집권하면 어떤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확실히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동학 최고위원의 관심은 온통 ‘미래 대비’에 있었다. 세계를 뒤덮는 쓰레기·초고령화 사회·노동 개혁·연금 개혁·탄소 중립 등이다. 세계 여행 후 쓰레기 문제에 천착해 세운 ‘쓰레기 센터’ 활동을 최고위원이 됐음에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청년 문제라는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어떻게 하는지가 곧 청년들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그는 “최고위원 직을 제의받았을 때, 제가 평생 업으로 삼으려 했던 환경운동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우려했다”며 “하지만 중심축 자체가 과거에 있는 정치권을 바꿔서 이 축을 조금이라도 현재 또는 미래로 옮길 수 있다면 그게 저의 역할”라고 했다.

정치권의 축을 미래로 옮기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동개혁이다. 그는 2015년 민주당 혁신위원 시절부터 민주당의 금기와 같았던 노동유연화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최고위원은 “세계 시장이 상당히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에 안 맞다”며 “정규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은 1등 시민, 비정규직은 2등 시민인 구조를 만들어놓고 일부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준다는 정책”이라며 “비정규직이라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비교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2013년 정년 연장법이 통과할 때도 청년은 아무것도 몰랐다. 임금피크제 역시 눈 뜨고 당했다”며 “이를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청년 없이 기성세대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로 청년은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리고 그 유탄을 맞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체제의 국민의힘을 향해 “이념 논쟁에서 탈피하고 야당과 싸우더라도 답 없는 싸움, 답을 내도 국민 삶과 동떨어지는 싸움을 하지 말고 의미 있게 싸웠으면 좋겠다”며 “초고령사회와 연금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결정을 미뤄온 것부터 함께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동학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왜 쓰레기인가. 쓰레기에 천착한 이유는.

△세계 여행을 2년 간 하고 코로나19 직전에 돌아왔는데 지구 전체에서 쓰레기 문제가 너무나 심각하다. 그런데 대부분 도시에서 쓰레기 문제를 숨기고 싶어한다. 이대로 가다간 인류 자체가 끝장나겠다 싶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 기술 수준은 어떤가.

△유통 소비 생산 이런 단계는 굉장한 혁신이 있는데 폐기와 처리에 있어선 혁신이 안돼있다. 쓰레기 모아서 중국으로 보내고 무신경했다. 지금처럼 가서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폭탄이다. 저도 정치쪽 넘어온 것이 쓰레기 미래 문제라는 어젠더 해결을 위해서다.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처리 기술 자체는 수준이 높다. 소각기술도 발달됐고, 유해가스 배출량도 다른나라보다 조절 가능하다.

-그렇다면 쓰레기 처리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는건가

△그렇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런 토대를 산업 전반으로 넓힌다면 수출도 가능하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 거리를 둔 이유가 있나.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청년정책단장을 한 뒤 배낭을 싸고 떠나서 지난해 12월에 돌아왔다. 단순히 여행을 하려고 간게 아니었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있는지 보려고 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미래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 안 돼있다. 과거에 머물러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저출산 고령화, 쓰레기, 노동 유연화, 연금 개혁, 탄소 중립 같은 것들이다. 일자리와 세금 문제를 두고서도 세대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세계 시장 자체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안 맞다. 정규직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 강화에 주력하고 비정규직이어도 박탈감 안 느끼고 비교를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정규직이 1등 시민, 비정규직이 2등 시민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일부를 정규직 시켜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비정규직 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사회를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일제시대나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루는 그 때를 살아가고 있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준석 현상은 어떻게 보나.

△이준석 대표는 그동안 자기 성찰적인 말씀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념보수와 이념진보를 끝장내는게 우리세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념 논쟁에서 탈피하고 싸우더라도 답없는 싸움, 답을 내도 국민 삶과 동떨어지는 것은 하지 말고 의미있게 실용적으로 싸웠으면 좋겠다.

과정과 원인을 보면 저쪽(야당에서) 선거 패배 후에도 반성을 하지 않고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것에 대한 강력한 반작용이 이준석 대표에게 투영된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운동장을 넓히고 있다는 기대감 속에 지지한 것 같다. 앞으로 민주당이 가야할 길도 중원 싸움이다. 우리는 스스로 운동장을 좁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재보선 패배 이후, 2030세대의 지지를 잃은 후 청년 최고위원 자리를 맡게 돼 부담이 클 것 같다.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저는 환경운동을 평생 업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쓰레기 센터 일을) 놓지 못한다. 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이 운동도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우려가 있었다. 또 제가 지금 만 39살인데 청년 최고위원을 하는게 맞냐는 생각도 늘었다.

당 상황도 2015년 혁신위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당시는 야당이었고, 내부 이견을 잘 정리해 화합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은 내외부 모두 여러가지로 갈라져있는 상황인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모든걸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정치권의 중심 축을 과거에서 현재 또는 미래로 조금이라도 옮겨 오는 모멘텀이라도 제공하자는 생각이다.

-노동유연화에 대한 생각도 그 일환인가.

△민주당이 유용한 정당, 실용적인 정당이 됐으면 한다. 지금 청년은 2013년 정년연장법이 통과할 때 아무것도 몰랐다. 임금피크제도 눈 뜨고 당했다. 그것을 결정하는 곳에 청년이 없고 기성세대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로 우리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청년이 유탄을 맞게 된 것이다. 구성원간 새로운 사회협약 있어야 한다. 전통적 금기였던 노동 문제에 대해서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노동 유연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 해야 한다.

-민주당이 2030세대의 지지를 잃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오만·위선·무능·무책임이다. 먼저 너무 거대한 공룡이 되어 버려서 자세와 태도에 오만한 모습이 있었다. 두번째는 위선이다. LH 같은 것도 우리가 국민을 위해 집을 짓는다 해놓고 치명적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스스로에게 대는 잣대를 강력하게 세워야 한다. 세번째는 무능이다. 하겠다고 한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마지막은 무책임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연금 개혁을 논의하지 않았다. 저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뭔가 다시 보여주려면 전향적 태도와 자세의 겸손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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