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단말기 속 외국어 남용 심각…국민 90% "우리말로 바꿔야"

한글문화연대 우리말가꿈이 조사
23곳 무인 단말기, 60여개 외국어 쓰여
노인 대부분 무인 단말기 이용 피해
"기업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바꿔야"
  • 등록 2021-10-09 오전 8:00:00

    수정 2021-10-09 오전 11:13:4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최근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무인 단말기의 외국어 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도 무인 단말기 속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메뉴가 영어로 적혀 있는 한 커피점의 무인 단말기(사진=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가 이끄는 대학생연합동화리 우리말가꿈이 파랑새 모둠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커피점, 외식업체, 일용 잡화점, 동사무소, 은행, 도서관, 공항, 버스터미널, 구청 등 총 23곳의 무인 단말기를 조사한 결과 ‘셀프 체크인, 페이 스테이션, 논커피, 베버리지, 방카슈랑스’ 등 약 60여 개의 외국어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선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90%가 무인 단말기 속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현장 조사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병행해 진행됐다. 현장 조사는 ‘수하물 태그, 터치 스크린, Dessert, Sold out, Self check in, non coffee’ 등 외국어 표현과 영문으로 표기된 단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시민 중 60대는 제시된 6개의 단어 중 절반 정도를 몰랐다. 70~80대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약 1.5배씩 모르는 단어의 비율이 상승했다. 반면 무인 단말기 속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꾼 사진을 제시하자 응답자의 87.6%가 무인 단말기로 쉽게 주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한 시민은 “노인분들 대부분이 이런 것(무인 단말기)이 있으면 사용을 안 한다. 외국어를 모른다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고, 부끄러워서 도움을 못 구하시는 분이 많다”며 우리말로 쓰인 무인 단말기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메뉴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는 한 외식업체의 무인 단말기(사진=한글문화연대)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진행했으며 526명이 참여했다.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엔 참여자의 96.2%가 ‘그렇다’고 답했다. ‘무인 단말기 속 외국어의 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많다(38.8%), 많다(43.9%), 적당하다(15.6%), 적다(1.3%), 매우 적다(0.4%) 순으로 ‘많다’고 답변한 비율이 82.7%에 달했다.

‘무인 단말기에서 사용하는 불필요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을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매우 필요하다(50.8%), 필요하다(38.4%), 보통이다(7.6%), 필요하지 않다(2.7%), 전혀 필요하지 않다(0.6%)로 ‘필요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89.2%였다.

우리말가꿈이는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커피점 본사, 외식업체 본사 등에 외국어 대신 우리말을 써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8일 현재 두 곳에서 내부 검토 후 최대한 개선해 보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우리말가꿈이 파랑새 모둠장 노하린 가꿈이는 “비대면 시대에 어르신들도 무인단말기을 이용해야 하는 변화에 소외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장 조사를 할 때 외국어 대신 우리말로 바뀐 화면을 보시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시는 게 잊히지 않는다. 기업에서도 불필요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걸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말가꿈이는 2010년부터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자는 의지로 모여 한글날을 기념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 대외활동 동아리다.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바꾸는 활동에 큰 기여를 했다. 지금까지 약 2500명이 활동했으며 2021년 10월 기준 우리말가꿈이는 21기로 활동 중이다.

한글문화연대 우리말가꿈이 파랑새 모둠의 현장조사 활동 모습(사진=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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