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만 놓고 전쟁 가능성도…'전략적 모호성' 유지로 충돌 피해야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②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양국 군사적 대립 시뮬레이션 해보니
미국이 승리하지만 피해 규모 클 것
'전략적 명확성' 가정하지 말아야
'펠로시 의전 홀대' 갑론을박 있지만
尹 대통령의 접근 방식 이해해
  • 등록 2022-08-12 오전 5:00:00

    수정 2022-08-12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중 갈등에 있어 1996년은 상징적인 해다. 그 중심에는 중국 옆의 작은 섬인 대만이 있었다.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은 1993년부터 세계를 돌며 실용 외교를 펼쳤고,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중국은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1996년 3월에는 대만의 첫 직선제 총통 선거까지 앞두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미국 국무부는 모교인 코넬대에서 강연 요청을 받은 리덩후이에게 비자를 발급했고, 중국은 이를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여겼다.

중국은 1995년 7월부터 곧장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 훈련 등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미국은 1996년 3월 두 항모 전대(인디펜던스·니미츠 기함)를 대만 인근에 출격시켰다. 베트남 전쟁 이후 최대 무력시위였다. 이른바 ‘제3차 대만해협 위기’다. 중국은 이 사건을 겪으며 미국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닫는 굴욕을 당했고, 이후 군비 증강에 올인했다.

최근 미중 갈등은 26년 전 위기와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질문을 낳는다. 중국의 군사력은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중국이 이번에는 대만을 병합하려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또 대만을 지켜줄까.

“다 드러나지 않은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큰 걱정입니다. 대만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한국처럼 공격당하면 참전하는 게 아니라) 대만 방어를 도울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해요.”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61) 선임연구위원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의회예산처(CBO),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컬럼비아대, 브루킹스연구소 등 학계와 관계에서 몸담은 군사·외교·안보 석학이다.

그는 “단순히 펠로시의 방문이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은 몇 년 안에 대만을 향해 군사 공격을 수반한 더 강압적인 조치를 할 수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상처뿐인 승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오핸런의 진단이다. 미중 전쟁은 전 세계에 최대 충격으로 다가올 게 뻔하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은 대만을 향한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만에게 더 많은 위험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플리커)


미, 대만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은 대만을 공격할까.

△중국이 몇 년 안에 대만에 더 강압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 물론 전면 군사 공격을 수반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통일될 때까지 군사 훈련은 일상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 선언 혹은 핵 보유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그전에 기다림에 지쳐서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수 있을지 평가해야 한다. (1996년 위기 등) 과거에는 거의 자동으로 도왔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중국의 핵 잠수함 규모는 미국보다 떨어지지만, (중국에서 가깝고 미국에서 먼) 서태평양에서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의 우주·사이버 역량도 발전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미국이 중국에게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미국과 대만이 대부분 중국을 물리치기는 하지만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이 공격당하면 미국은 바로 도울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게 현재 미국의 공식 입장이다.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주권 문제에 있어 평화롭게만 해결한다면 괜찮다는 게 그간 미국의 입장이었다. 동시에 ‘미국은 대만은 지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만관계법(TRA)이 있어, 미국이 개입할 뚜렷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강해진 만큼 대만을 자동으로 도운다는) 전략적 명확성에 대해서는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처럼 무기 판매로 대응할 수도 있고, 제한된 규모로 참전할 수도 있다. 중국이 소규모로 무력을 쓰면 미군이 참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

-전략적 명확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략적 명확성은 대만의 잠재적인 독립 열망 혹은 핵 무기 개발 시도와 함께 대만에 더 큰 위험을 부추길 것이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정복하려 한다면, 미국이 꼭 군사적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이든 외교적이든 중국에 징벌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명확성을 보여야 한다.

대만 외 반도체 공급원 다양화해야

-미중이 무력 충돌할 수 있는가.

△펠로시의 방문 때문이 아니다. 두 나라의 갈등이 누적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광범위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위험한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게 현명하다.

-펠로시가 TSMC 회장을 만났다.

△대만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이다. 미국은 대만이 중국에 병합될 경우 중국이 갑자기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능력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국에 분명 악재다. 미국은 이를 위해 반도체 공급원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의회가 반도체 육성법안을 처리한 것은 매우 잘한 결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포한 반도체 육성법의 최대 수혜기업은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005930) 등이 꼽힌다.)

-한국에 펠로시 의전 홀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이해한다.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큰 이웃이다. (윤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한국이 미중간 대립을 피하고 싶어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본다. 그것이 이익에 부합한다고 느낄 것이다. 주권국가인 한국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행동이 미중 관계 혹은 대만 안보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자) 펠로시가 불쾌함을 느꼈을지 모른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펠로시가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핸런 선임연구위원은…

△1961년생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프린스턴대 국제관계학 석·박사 △의회예산처(CBO) 국가안보담당 분석가 △국무부 산하 국제안보자문위원회(ISAB) 위원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 △컬럼비아대 외래교수 △조지타운대 외래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김정남 뉴욕특파원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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