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토에 대한 야욕 달성한 푸틴…누가 그를 막을 것인가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러시아령으로 '선포'
점령지 4곳 면적 우크라 전체의 15% 달해
푸틴 "유엔헌장에 보장된 자결권" 강조
국제사회, 규탄·제재 외에 뾰족한 방안 없어
  • 등록 2022-10-02 오전 9:00:00

    수정 2022-10-02 오전 9: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 달성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전력을 집중해 점령했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과 영토 병합 조약을 맺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강제 병합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2014년 크림반도가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로 넘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푸틴 대통령의 뜻대로 될 공산이 크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 지역은 사실상 러시아의 지배 하에 있다.

(사진= AFP)


크림반도 이어 또다시 우크라 영토 러시아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크렘링궁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새로운 4개 지역이 생겼다”고 밝힌 후, DPR·LPR·자포리자·헤르손과 영토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이들 점령지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 정도다.

영토 병합 최종 선언을 위해 남은 절차는 러시아 연방 상·하원의 비준 동의와 푸틴 대통령 최종 서명 등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의 사례를 보면 주민투표 결과 발표 후 영토 병합까지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이번 영토병합이 “유엔 헌장에 보장된 자결권에 따른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뜻이 분명한 만큼 연방 의회가 병합을 지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자결권 언급은 해당 지역 주민투표를 통한 점령지의 편입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서방은 이들 지역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자체가 날조된 것이라며 러시아가 강제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3~27일 5일 간 진행된 주민투표에는 투명한 투표함이 사용되고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치러졌다. 가장 기본적인 비밀 투표 원칙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또 무장인력과 선거 관계자를 통한 강압이 있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으며,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종투표 결과가 87~99%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미국 등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사진= AFP)


안보리 결의 러시아 ‘비토’로 부결…방법 없나

미국과 유럽은 푸틴 대통령의 영토 병합 행보에 대해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는 러시아의 이번 주민투표를 주도한 러시아의 개인과 단체 등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제재를 준비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서방 국가 정상들은 앞다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 시도를 강력 비난하며,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가 제재와 규탄의 목소리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데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는 결의안 조차 부결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비토)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중국·인도·브라질 등 4개국은 기권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없애거나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자격을 박탈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다른 상임이사국들의 ‘기득권’도 내려놔야 하는 사안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안보리 결의가 무산되자 따라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유엔총회 결의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등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데다, 말 그대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유엔총회 결의안이나 유엔 차원의 규탄 등이 러시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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