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쥐박이, 닭근혜, 문재앙 그리고 굥

  • 등록 2022-10-10 오전 9:00:00

    수정 2022-10-10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화가 정치권의 논쟁 대상이 됐다.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다. 이 그림이 세간의 이슈가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를 내렸다.

(사진=SNS 갈무리)
4일 오전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문체부는 “엄중 경고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문체부는 오후에 다시 만화영상진흥원이 승인사항을 위반했다며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뒤끝을 보였다.

이 그림은 지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이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관실에서 조정하고 있다. 열차 칸에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들고 탑승해 있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8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해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2. 2019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식 터닝포인트코리아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터닝포인트코리아는 시민단체로 김 대표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부해 모욕죄 혐의를 받았다.

사건에 의미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일반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첫 사건이다. 모욕죄는 친고죄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고소를 접수해야 사건이 진행된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드러냈다는 의미다.
(사진=대구경찰청)
전단지는 문 전 대통령과 마블 시리즈의 악역인 ‘타노스’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문 전 대통령의 발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단지 반대편에는 여당과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의 가족 중 친일행위에 대한 의혹을 적었다.

2021년 4월 2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반발 여론 속에 문 전 대통령은 5월4일 직접 고소 취하를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유사한 사례에 대한 고소 가능성을 열어놨다.

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욕죄까지 묻지는 않았다. 다만 재물손괴죄나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 등 다양한 죄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옥좼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혹에 민감했다. 이를 제기했던 산케이신문 지국장을 고발했고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세계일보를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개인이 아닌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시민 일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 때에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들이 다수 처벌 받았다.
(사진=SNS 갈무리)
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쥐 그림을 그려 넣은 대학강사가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대학강사는 공용물건손상으로 기소됐다.

4.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2007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이나 조롱, 풍자에 대해 고소로 대응한 적이 없다.

2004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초연한 연극 ‘환생경제’는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 격이 낮은 욕설이 담겼다. ‘환생경제’를 쓴 이대영 작가의 희곡집은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
연극 ‘환생경제’에서 노가리 역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극중 술을 마시는 연기를 하고 있다.(사진=오마이티브이 유튜브 캡쳐)
이 글은 단순하게 시간의 역순으로 적었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왜 후퇴하고 있을까.

금태섭 전 의원의 과거 SNS 한 줄을 새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부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근혜’라고 불러도 소송 걱정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싶다. 문 대통령을 ‘문재앙’으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 이엘 '파격 시스루 패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