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도 추석 대목이 있다?…황금연휴, 귀성 대신 고액 알바

10일짜리 장기 추석연휴에 편의점 등 구인난
추석알바 채용관 채용공고만 4000여건 쏟아져
취준생들 친척 잔소리 대신 알바로 용돈 벌이
  • 등록 2017-10-01 오전 8:00:00

    수정 2017-10-01 오전 8:22:18

명절을 맞아 평소보다 웃돈을 받고 알바를 해서 생활비에 보태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사진=jtbc)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어머니, 이번 추석 때 집에 못 갈 거 같아요. 연휴 지나고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서류 마감하는 곳이 많아서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정모(29)씨는 지난 주말 부산에 사는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취업을 못해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어서다. 8년 전인 2009년.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원하던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무엇이든 다 해낼 것 같았다. 그러나 높기만 한 취업 문턱은 정씨의 패기와 자신감을 조금씩 집어 삼켰다.

정씨는 추석 연휴 동안 일한 지 5개월 된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 편의점 사장님은 연휴에 고생한다며 추석 전날과 추석 당일 시급을 평소보다 2000원 더 쳐주기로 했다.

정씨는 “취업 여부를 묻는 친척들과 애써 괜찮은 척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고향에 가느니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버는 게 더 났다”며 “취업에 성공한 뒤에 당당하게 고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귀향 대신 아르바이트 나선 취준생

단군 이래 가장 긴 연휴라는 10일짜리 추석 연휴. 그러나 취업준비생들에겐 남의 일이다. 얼굴을 맞댈 친척들이 던질 걱정과 잔소리를 듣느니 고시텔에서 공부삼매경에 빠지는 게 되레 속 편하다. 일부는 추석연휴 구인난에 허덕이는 편의점 등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로 연휴를 보람차게(?) 보내기도 한다.

졸업 연기하고 3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취업준비생 최모(28)씨는 “추석이라고 집에 가봐야 이젠 시험 포기하고 다른 일 알아보자는 얘기를 들을 게 뻔하다”며 “추석때는 공사판 잡부도 일당을 평소보다 많이 준다. 고향에 가는 대신 용돈이나 벌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커스영어 사이트가 취업 준비생 756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와 병행하고 있는 것’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94%가 ‘알바와 병행한다’고 답했다. 이어 ‘학교와 병행한다(26.59%)’ ‘알바·학교와 병행한다(10.3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취업 준비에만 집중한다’는 응답자는 3.97%에 그쳤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7명이 취업 준비와 알바를 같이하는 셈이다.

해커스 관계자는 “취업 준비 기간과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아르바이트와 같은 경제 활동에 뛰어든 취업 준비생들이 적지 않다”며 “취업난이 장기화로 취업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추석 단기알바 채용공고 (사진=알바몬)
추석알바 채용관 채용공고만 4000여건

실제로 ‘추석 알바 채용관’ 메뉴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인 아르바이트 소개 포털사이트에는 연휴기간동안 일할 사람을 찾는 단기 알바 채용공고가 4000여건이나 쏟아졌다. 추석 연휴 동안 알바를 하겠다는 구직 게시물도 수 백건에 달했다.

알바몬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나오는 단기 알바 채용공고는 한번에 여러 사람을 뽑고 아르바이트 종류도 평소보다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추석연휴 동안 반려견 도우미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김모(27·여)씨는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데다 명절 때 하는 알바 시급이 8000원~1만원으로 평소보다 높다”이라며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용돈을 버는 게 나을 거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양모(30)씨는 “연휴 동안 인근 대형마트에서 일당 6만원짜리 주차장 아르바이트 중”이라며 “명절에 쉬고 싶기도 하지만 사흘만 해도 지금 사는 원룸 월세(40만원)의 반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거나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해 알바를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상반기 공채 때 대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남모(28)씨는 “명절에 친척들의 잔소리를 들을 생각하니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났다”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절 스트레스가 뭔지 몰랐는데 이제는 그 기분이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가족 친지가 모이는 명절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알바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취업난 해소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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