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진의 ‘꽃의 시간’(사진=갤러리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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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꽃을 위한 색인가, 색을 위한 꽃인가. 태양인 듯 한껏 치솟아 올린 붉은 덩이 아래로 검푸르고 노란 꽃잎이 엉켜 있다. 초록 잎 모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푸른 술대와 검은 줄기는 꽃그림에선 생소한 ‘색’이다.
‘꽃의 작가’로 불리는 안진의(48·홍익대 교수)는 꽃을 길어올린다. 즉흥적이고 다채로운 색채의 변주에서 꽃을 찾아내는 거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는 독특한 화법을 고수한다. 장지에 필묵을 그은 뒤 유화·분채 등을 얹고 켜켜이 석채를 쌓는 식이다. 빛을 받으면 석채가 반사돼 반짝이는 꽃정원이 된다.
동명연작 중 한 점인 ‘꽃의 시간’(2018)은 꽃더미에 세운 부엉이로 눈길을 끈다. 그간 못 보던 형상이다. “새는 남편, 부엉이는 딸, 들풀은 어머니”란 작가의 상징이라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그들과 함께하는 정경이란 뜻이리라.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갤러리위서 여는 초대전 ‘꽃의 시간’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석채·혼합재료. 53×65㎝. 작가 소장. 갤러리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