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89편]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하라

  • 등록 2019-07-18 오전 12:20:16

    수정 2019-07-18 오전 12:20:1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경험 한 기업은 대부분 억울해 한다. 위기 관리 초기에는 그와 더불어 황당해 한다. 이건 위기로 까지 불릴 수준의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흘러 결국 위기가 되었다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나 느낌은 위기관리를 해 본 기업에게는 어느 정도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미리 그런 위기를 예상하고 상당부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덜 할 텐데, 그런 예상과 준비가 부족했다면 그런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은 극대화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기존 위기관리나 추후 다가올 다른 형태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이상했다. 아주 나쁜 음모에 걸려 버렸다. 그런 음모만 없었다면 이번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기관리 역량이나 체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 스스로 해당 사건을 주요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다 문제가 아니다 하는 판정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 여부에 대한 판정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내리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판정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의 주관적 감정이나 느낌이 주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의 판정이 의미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그런 판정이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의 흐름이 사회적 여론이 되어 우리 기업을 위기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해당 판정이나 흐름이 비합리적이다 비이성적이다 하는 푸념은 해 보았자 라는 이야기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을 자사 입장이나 시각으로 바라보기 전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으로 먼저 챙겨야 한다. 그들이 문제라 한다면 그 상황은 문제의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실인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달리 보고 있다면 그들을 설득 시키는 대신, 그들의 현재 입장과 시각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의 시각을 가미하는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입장과 시각이 ‘틀렸다’는 기업의 태도로는 관리 행위가 진행될 수 없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달해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는 안 된다. 성장한 이슈나 위기에 맞서는 일처럼 무모한 시도가 없다.

만약 해당 상황이 우리 기업의 판단처럼 문제 없고 하찮은 것이라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초기에 단호하게 행해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를 사실관계 확인이라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시키고 수정해 이해관계자 초기 입장과 시각을 교정시키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또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지,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상위의 교정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들은 왜 현재 상황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런 챙김이 이슈나 위기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관리는 보다 쉬워질 수 있다. 그에 대해 해당 기업이 공감할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해당 기업이 그러한 초기 공감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라 이야기하는 상황을 보며 기업은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다른 생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왜 현재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의 그런 이상한 반응 뒤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 추측 한다. 이런 다른 생각들이 해당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보여지는 클리쉐 메시지 중 한 종류가 이런 것이다. “저도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저의 아버지께서도 병마와 싸우고 계시기 때문에…” “제 자신도 그런 아픔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사과나 해명을 할 때 사용되는 이런 클리쉐 표현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위한 목적에서 사용된다.

내 자신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순진하거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센티멘털 해서 그런 클리쉐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력한 공감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전략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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