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뉴스를 코로나19가 빨아들이고 있지만 언론계에서는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KBS 뉴스의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 인터뷰와 관련해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린 걸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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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KBS 정경심 보도, 객관성 위반…징계 결정”
방심위는 정부 기관은 아니나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행정 기관입니다. 그런데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9월 11일 KBS 뉴스9의 정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에 대해 “인터뷰 전체 내용의 맥락을 왜곡하고, 결론에 부합하는 일부 내용만 인용하는 등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 언론의 고질적인 관행인 ‘선택적 받아쓰기’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참석 위원 7명 중 5명이 찬성했다고 하죠.
KBS 제작진과 노조, 시민단체 등 ‘반발’
그런데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KBS 제작진뿐 아니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KBS 새노조)에, 언론개혁시민연대 같은 진보단체도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사안이 IT 세상과도 관련 있는 것은 KBS의 해당 보도 이후 파워 유튜버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공정하지 않은 인터뷰”라고 날을 세우면서 KBS 법조팀과 검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전통매체인 KBS의 보도 내용을 뉴미디어인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죠. 어떤 보도가 이른바 ‘가짜뉴스’인지 방심위의 판단으로 가려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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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은 존재하기 어려워..KBS에 반론권 주고 신중하게 심의해야
저는 방심위의 징계 결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언제 누가 보아도 타당한 ‘객관성’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려워 방심위가 KBS의 정경심 보도에 중징계를 내리려면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 △제한된 보도시간이나 지면을 고려했을 때 인터뷰 발언의 전체를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어떤 것을 취사선택할지는 언론사의 재량이죠. 언론사가 편집과정을 거치면서 허위 사실을 방송하거나 사실을 왜곡했다면 처벌받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KBS의 정경심 관련 보도는 그렇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KNN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익명의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한 사례와는 다르죠.
같은 이유로 진보단체인 언론개혁연대까지 ‘허위나 왜곡이 없는데 선택적 받아쓰기 자체 만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보도를 콕 집어 일벌백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정파적 심의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KBS는 방심위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이번에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신중하고 내실 있는 심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물론 방심위가 해당 사건을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에서 행정지도인 ‘권고’로 낮춘다고 해서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객관성’이라는 것이 특히 정치적인 이슈에선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다만, 이 문제를 ‘나는 무조건 옳고 당신은 무조건 틀리다’라는 선악 개념이 아니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라본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