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온라인 개학...저소득층·장애학생 어쩌나

온라인 수업, 인프라 미비로 학교 현장 혼란
온라인 개학 접한 학생들 “효율성 저하 걱정돼”
저소득층, 특수학생 비롯한 소외계층 수업 결손 확률 ↑
  • 등록 2020-04-01 오전 12:05:55

    수정 2020-04-01 오전 9:37: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사상 최초로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였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정규 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생들도 갑작스러운 원격수업 자체가 낮설기만 하다. 장애학생이나 저소득가구 학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충분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중·고교 개학 방안 발표하는 유은혜 부총리.(사진=연합뉴스)


고교 교사 90%, 온라인 수업으로 정규 수업 대체 어려워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해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해지고 나서야 원격수업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주가 돼서야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한 상황이어서 학교 현장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7~29일 전국 고교 교사 973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수업으로 정규수업 대체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9.6%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혜선(27·가명)씨 역시 “온라인 개학 자체가 학생들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은 특성상 학생과 현장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학교 현장에 웹캠이나 마이크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급하게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기에는 여건을 포함해 교사들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지 않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연중인 한 교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온라인 개학에 수능 연기까지 고3 학생 '이중고'

학생들도 온라인 개학에 걱정을 내비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 안팎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3학년 이제현(19·남)씨는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결정에 대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수업을 듣는 것은 학교에서 현장감을 느끼면서 듣는 것에 비해 효율도 떨어지고 동기부여도 잘 안 될 것 같아 착잡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대입 일정이 2주 뒤로 밀려 2021학년도 수능이 12월3일에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수험생들은 보통 정해진 수능 일정에 맞춰 계획을 짜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2주나 수능이 연기되니 맥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장애학생 등 소외 계층 배려 필요

가정의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라 수업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가정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기나 인프라가 부족한 저소득층의 경우 원활하게 수업을 수강할 수 없어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대여해줄 수 있는 스마트기기는 총 13만대다. 그러나 기기 지원이 저소득층 가정뿐 아니라 다자녀가구 등 수요가 있는 각 계층에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두 지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방소재의 학교일수록 여건이 부족하고 가정환경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못 들을 학생이 많다"면서 "세밀한 지원책이 없으면 학습 결손과 도농 격차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수 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자폐성장애 1급인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현미(47·여)씨는 온라인 수업이 장애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자폐성장애 1급의 경우 중증 장애에 속해 온라인 수업을 시행할 경우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푸념했다. 이어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장애 학생은 비장애인 학생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반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데 온라인 수업의 경우 이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 학생은 정규 수업 이외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직업 교육을 통해 직업 체험과 지역 사회 활동 등을 통해 현장 학습을 하는데 온라인 수업의 경우 이같은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특수교사 이은영(25·가명)씨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수업할때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습 부진을 보일 때 알아채고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통제가 불가능해 실질적인 지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장 탁미선(54·여)씨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 시행시 학습권을 크게 침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학생에 한해 오전·오후반으로 분리시켜 오프라인으로 출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온라인 수업의 경우 장애 학생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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