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눈 먼 날개짓은 쓸쓸하다…황수연 '노 아이즈'

2020년 작
입체작업 주로해온 작가의 연필드로잉
어떤 형상, 절반쯤 가져온 반추상화로
잘 빚은 조각처럼 섬세한 농담 그어내
  • 등록 2020-09-30 오전 4:05:01

    수정 2020-09-30 오전 4:05:01

황수연 ‘노 아이즈’(No Eyes·사진=누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날아가는 새가 쓸쓸하게 보인 적이 있는가. 날개를 파닥일 땐 좀처럼 볼 수 없는 그것이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낱낱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에 얹힌 무게, 바람을 견뎌내는 고통. 정지하는 일의 고독까지. 그래도 저만큼은 아니었을 거다. 작가 황수연(39)이 그어낸 잔잔한 연필선이 그림자를 뚝뚝 떨어뜨리는 저만큼은 아니란 말이다.

사실 작가는 평면보다 입체작업을 주로 해왔다. 모래든 호일이든 종이든, 고유한 개성을 가진 재료를 잡아 ‘고유’를 빼거나 ‘개성’을 뒤바꾸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더랬다. 모래는 본드와 섞어 단단하게, 호일은 뭉치고 두들겨 돌덩이처럼.

그러던 작가가 문득 연필을 쥐고, 잘 다듬어 빚은 조각같이 섬세한 농담을 종이에 옮겨냈다. 드로잉 연작 중 한 점인 ‘노 아이즈’(No Eyes·2020)는 어떤 형상을 절반쯤 가져온 반추상화로 그린 작품.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지만 유독 ‘눈이 없어’ 아니라면 ‘눈이 멀어’, 그래서 더 마음 쓰이게 했을까 싶다.

10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박광수와 여는 2인전 ‘기대는 그림’에서 볼 수 있다. 박 작가의 ‘격한 오일스틱’ 대 황 작가의 ‘순한 연필’, 두 작가의 대비선이 선명한 드로잉을 기획한 전시다. 종이에 연필. 42×29.7㎝. 작가 소장. 누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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