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맞은 아이와 지방서 원격근무..스몰웨딩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코로나가 바꾼 일상>②
방역조치 강화로 원거리 외출 자제..편한 복장의 슬세권 인기
동네 배달음식 시장 폭발적 증가..배달앱 늘며 식당 손님 푸대접
중고거리에 동네정보 공유 가능..'당근마켓' 게시판 이용자 급증
  • 등록 2021-08-03 오전 5:30:03

    수정 2021-08-03 오전 5:30:03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대기업 계열사 9년 차 직장인 A씨(38)는 올 들어 상사를 직접 마주한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한다. 이달 말엔 농촌유학을 떠나는 아이와 함께 전남지역으로 내려간다. 당분간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라’는 회사 내 원격근무 지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3일 서울 송파구 무인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셀프 계산대에서 값을 치르고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32·여)는 최근 동네탐방에 푹 빠졌다. 재택근무로 주 2회만 출근을 하는 김씨는 업무공간을 찾던 중 신선하게 로스팅된 원두를 쓰는 동네 카페를 발견했고 인근 공원 산책 중 우연히 들른 밥집이 오래된 동네 맛집인 것을 알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고 방역 조치 강화로 원거리 외출이 꺼려지면서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LG·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도 재택근무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화상 등 비대면회의는 시간 낭비 등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협력사들과의 화상회의 시스템도 안착하는 분위기”라며 “화상회의 등이 보편화하면 출장 횟수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슬세권 만능 편의점…퀵커머스도 동네 공략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슬세권’(슬리퍼+세권, 편한 복장으로 갈 수 있는 생활권역)도 신조어로 뜨고 있다. 슬세권이 뜨자 가장 재미를 본 곳은 편의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매출 비중은 33.3%로 대형마트 29.1%에 앞섰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편의점 매출 우위가 3개월째 이어졌다. 마트는 가지 않더라도 편의점은 가는 슬세권 장보기 수요가 증가해서다.

배달음식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 이용자들은 한 달 평균 5번 이상 음식을 주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5월 배달앱 등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62.2%(8210억원) 늘어난 2조 1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거래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매장 손님보다 배달앱 별점이 중요

거리두기에 따른 인원제한 등 매장영업이 어려운 식당들은 배달앱을 통한 배달 매출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 등 피크 시간대 매장을 방문한 손님이 오히려 뒷전인 경우도 있다.

회사원 최모씨는 최근 주말 낮 시간을 이용해 가족들과 여의도의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기분이 상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 주인과 직원들은 몰려드는 배달 주문과 음식을 가지러 온 배달원 관리에 바빠 음식 나오는 시간은 늦어지고 추가 요청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최씨는 “매장에서 먹는 음식맛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배달을 시키는 게 더 대접받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매장 경험담, 전화주문 차별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한 식당 업주는 “배달에 소홀할 경우 별점 테러 등으로 매출에 바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배달앱을 통한 주문관리를 더 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에 동네 정보도 공유 ‘프로 당근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도 슬세권을 즐기는 핵심 수단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희진(34·여)씨는 당근마켓을 2년째 이용하고 있는 ‘프로 당근러’다. 김씨는 “주변 동네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거래하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며 “당근마켓 내 동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네생활 게시판’ 덕에 병원·가게·맛집 정보 등 몰랐던 동네 정보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는 지난해 4월 700만명에서 9월 1000만명, 올해 3월 1500만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당근마켓과 편의점 GS35가 유통기한 임박상품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코로나19는 결혼식 문화도 바꿨다. 스몰웨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몰 웨딩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올해 스몰 웨딩 예약 건수가 3배가량 늘었다”며 “일반 예식과 달리 스몰 웨딩은 미리 준비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내년 4, 5월 봄 예약뿐 아니라 10월 등 가을 예약 문의도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전에는 방역 조치에 따라 큰 웨딩홀 예약을 파기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스몰 웨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아예 처음부터 스몰 웨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진열된 밀키트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꾸안꾸 슬세권 패션 ‘원마일웨어’


여행과 외출을 위한 옷 대신 집 근처에서 입을 수 있는 ‘원마일 웨어’도 유행이다. 호텔이나 공항 라운지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뜻의 ‘라운지웨어도’도 같은 말이다. 활동성을 갖춘 편한 옷으로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느낌을 내는 게 핵심이다.

편한 캐주얼 지향하는 무신사의 PB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는 작년 전년 대비 76% 성장한 연 매출 1000억원 돌파했고 운동복과 일상복 합친 에슬레져룩이 유행하면서 작년 국내 레깅스 전문기업 젝시믹스·안다르·뮬라웨어의 매출합은 2277억원으로 전년대비 44%나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달 홈웨어(파자마, 라운지웨어 포함)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LF 닥스는 작년 브랜드 최초로 라운지웨어와 파자마 컬렉션을 출시했다.

집안에서 홈웨어와 함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속옷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자주의 언더웨어 매출은 지난달 전년에 비해 69% 늘었다. 몸을 압박하지 않는 브라렛, 브라캐미솔, 여성용 사각 팬티 등이 매출을 주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 온라인몰 S.I.VILLAGE(에스아이빌리지) 내 자주 브랜드 매출 순위 1~10위 중 8개 제품이 모두 파자마와 언더웨어일 정도로 큰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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