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재고 증가분의 절반 가량이 수출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선행지표들은 아직까지 바닥을 다진 모습은 아니다. 당분간 재고가 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높은 재고율은 생산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
◇ 높은 제조업 재고율, 반도체가 주도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작년 11월 127.6%로 1998년 8월(133.2%) 이후 2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율이 100%를 넘어간다는 것은 물건을 만들면 팔리는 속도보다 창고에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고율은 작년 6월 120%를 넘어서더니 빠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제조업 재고 지수도 11월 128.9로 1년 전(121.5)보다 6.1% 상승했다. 재고 지수 상승에 반도체가 3.05%포인트를 기여해 재고가 늘어난 절반 가량이 반도체 영향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제조업ICT 재고지수는 124.2로 전년동월비 12.7%로 전체 제조업 재고 지수의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제조업ICT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휴대폰 등이 포함되는데 그 중 반도체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반도체 업종이 속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재고 심리지수는 12월 124로 2009년 8월 산업 분류 재편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반도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등 각종 업황이 포함돼 있는데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작년 10월엔 전자 업종의 재고 심리지수가 전년동월비 31.9% 상승, 역대 가장 빠르게 상승했고 9월엔 전월비 15.2% 급등, 역시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재고 쌓이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결국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제조업 생산지수는 작년 11월 115.3으로 전년동월비 3.8% 감소, 두 달 연속 위축됐다. 제조업 생산 심리지수 역시 12월 85로 작년 5월 101을 찍은 후 7개월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수주 실적 심리지수도 80으로 7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재고 떨이용으로 제품 가격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품 판매 가격 심리지수는 12월 96으로 두 달 연속 기준선인 100를 하회했다. 원자재 구입 가격 심리지수가 작년 3월 152에서 116으로 급락하긴 했으나 100을 넘어 아직 원자재 구입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도 제품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
|
◇ 반도체 재고, 언제쯤 개선되나
재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업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UBS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 수준은 일일 기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업황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재고의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전 세계 유동성 증감률, 미국 ISM 제조업 지수, 중국 신용 자극(Credit Impulse) 지수 등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6개월 이상 선행하는 지표로 꼽았다.
아직까지 관련 지표들은 바닥을 찍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ISM 미국 제조업 지수는 작년 12월 기준 48.4로 두 달 연속 기준선(50)을 하회했을 뿐 아니라 넉 달 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예상치(48.5)를 하회해 경기둔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신용 자극 지수도 작년 11월 25.09로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4% 감소해 2019년 이후 첫 연간 감축이 예상된다”며 “주로 메모리 시장이 불안정한 수요, 늘어난 재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고객들로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성장세가 7.5%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