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감세안, 안팎서 역풍..`좌초될 판`

우리당 "감세안 철회하라" 민노당 "가면 벗어라" `협공`
당내 반발도 확산.."대안없고 논의과정서도 문제"
철회엔 부담..일부 서민관련 감세로 타협 가능성
  • 등록 2005-10-19 오전 7:05:10

    수정 2005-10-19 오전 7:05:1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서민생활과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총 8조9000억원에 이르는 대대적 규모로 한나라당이 내놓은 감세안이 당 안팎에서 강력한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할 최대 과제로 내세운 감세안은 사실상 출발선 상에서부터 좌초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서민생활과 직결된 일부 감세안만 통과시키는 것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민노당 `반대`..정부·연구기관도 `가세`

한나라당의 감세안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당초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시작된 반발이 민주노동당, 정부, 민간 연구기관들로 차례로 이어지면서 대처해야할 전선(戰線)이 넓어진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보여온 열린우리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며 괴롭힌데 이어 급기야 감세안의 공식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세정책이 정쟁거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감세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의 감세정책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고소득층이거나 대기업 등 세금을 많이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계층에 집중돼 있고 선진국에서도 감세가 경기를 살렸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이는 선심성, 인기영합적인 무책임한 주장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우리당은 세목을 신설, 엉뚱하게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어떠한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 인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해 `세금 폭탄`이라는 한나라당의 비판에 못을 박았다.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역풍 진화에 나서자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 감세안은 다시 봐도 서민을 팔아 부자를 돕기 위한 정책"이라며 비판을 가했다.

민노당은 "강 원내대표가 서민을 위한 감세안이라고 주장했는데,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감세법안을 제대로 읽어 봤느냐"고 되묻고 "한나라당 감세안은 소득을 많이 얻은 상위계층, 잘나가는 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단정지었다.

민노당은 "소득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면 과표 8000만원 이상인 최상위 소득자에게 390만원의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소득 면세자에게는 혜택이 전혀 없다"며 "자영업자 면세점을 상향해도 면세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주장에 대해서도 민노당은 "이익결손이 나 지원이 절실한 10만7000개 기업은 단 한 푼도 감세를 받지 못하는 반면 이익 1억~2억원의 경우 47.4%, 2억~10억일 경우 25.7%나 세액이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특히 민노당은 "결식아동 기부금, 장애인용 차량 감면, 소주세율 인상 반대 등은 `독약을 숨기기 위한 향료`에 불과하다"며 "돈 잘 버는 부자, 잘나가는 기업을 위한 세금감면안을 서민을 위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한나라당은 가면을 벗어야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처럼 여야에서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한나라당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감세정책은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가처분소득 증가가 저축으로 흡수되는 경우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세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집중되어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입기반을 항구적으로 잠식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열린 토론회에서 조세연구원 박기백 연구1팀장도 "저소득층에 대한 후생효과가 미미한 소득세율의 추가적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나라당 주장에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이어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보다는 연결납세제도, 법인간 배당에 대한 이중과세, 불리한 손금제도 등 법인과세제도의 선진화를 통한 법인의 실질적 세부담 완화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당내서도 문제제기..`철회대신 타협` 가능성

이처럼 감세안을 두고 당 밖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힌 한나라당은 내부로부터도 강한 압박을 받고 있어 더욱더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지난 13일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이 "세수를 보충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감세안은 무리"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몇몇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까지도 "이번 감세안은 당내 논의를 전혀 가지지 않고 재경위 몇몇 의원들이 쿠데타하듯이 해버렸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내부적으로 당의 감세안에 반대했으며 일부 재경위 의원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느라 상당히 속상하다"며 "의사결정 구조와 관련한 절차와 과정에 있어 분명히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이를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감세안이 당 안팎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도 적극적으로 감세안을 밀어부치는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정책위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강변해도 전반적으로 논리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도 느끼고 있다"며 "계속 추진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철회한다는 것도 불가능해 고민중"이라고 귀뜸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감세안을 중심으로 일부만 입법화하는 방향으로 여야 정치권, 정부와 타협하는 방안이 차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외에도 ▲유류세 10% 인하 ▲택시 LPG 특소세 면제 ▲장애인용 차량 LPG 부가가치세 면제 ▲경형승합차, 화물차 취득세·등록세 면제 등 서민관련 감세안을 제안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도 "한나라당이 내놓은 감세안중 서민생활과 직결된 부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논의해볼 수 있다"며 논의의 문은 열어놓고 있다.

소주세율과 LNG세율 인상과 관련된 `해프닝`으로 어느 때보다 국민들 눈치를 봐야하는 여당으로서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런 서민관련 감세안은 어쩔 수 없이라도 수용해야할 상황이라 타협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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