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자장면·우동 사라진다…‘가성비 갑’ 서민식당도 '울상'

주머니 얇은 이들의 ‘보루’같던 식당도 줄줄이 인상
자장면 4천원, 짬뽕 5천원…직전보다 25% 오르기도
“더 올리기 어려운데, 안 올릴 수도 없고”
“정부, 물가 잡기에 총력 기울여야”
  • 등록 2022-08-04 오전 6:00:00

    수정 2022-08-04 오전 6:00:00

3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소재 ㄴ식당은 저렴한 가격을 찾아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중·장년층 사람들로 붐볐다.(사진=황병서 기자)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의 중국집 ㄱ식당. 이곳의 자장면은 한 그릇에 4000원, 짬뽕은 5000원, 볶음밥은 5500원이다. 지난 1월께 메뉴당 500~1000원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기준 자장면 가격이 평균 6300원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한 편이라 온·오프라인상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 식당’으로 불린다. 하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지면서 식당 주인은 시름이 깊다. 주인 A씨는 “식용유와 양파 가격이 난리”라며 “양파 한 망에 3만원씩 하다보니 다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 속 예외 없다”…‘가성비 식당’도 줄줄이 인상

계속되는 고물가 현상이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식당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에겐 ‘보루’와도 같았던 가성비 식당마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거나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어 식당을 찾던 이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두 달 연속 6%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2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고물가 장기화 전망에 식당 자영업자들은 한숨만 푹푹 쉬는 형편이다.

이데일리가 이날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에 이른바 ‘가성비 갑’ 식당으로 유명한 곳들을 돌아보니, ㄱ식당처럼 최근에 일부 메뉴의 가격을 올렸거나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식과 중식을 함께 파는 종로구 숭인동 소재 ㄴ식당은 동묘 일대를 찾는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7월 말 제육볶음 한 그릇 가격을 기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무려 25% 오른 가격이다. 앞서 5월엔 양념 장어 한 그릇을 9000원에서 1만원, 통닭 한 마리를 4500원에서 5000원으로 가격표를 고쳤다. 이 식당의 주인은 이제 3000원씩 받고 있는 자장면과 우동, 4500원을 받는 짬뽕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식당 주인 B씨는 “하다못해 자장면에 들어가는 감자가격도 많이 올라서 값을 올려 받아야 할 것 같은데...”라고 했다.

우동을 주메뉴로 하는 중구 초동의 ㄷ식당도 비슷했다. 이 가게는 올해 들어 10개 전체 메뉴 가격을 500~1000원 인상했다. 그래서 우동은 4000원에서 4500원, 카레라이스와 어묵백반은 각각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랐다. 이 식당은 입소문이 자자해 대기줄을 선 뒤에야 매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가격이 오른 뒤에도 손님은 여전히 많았지만 식당 주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주인 C씨는 “아예 모두 1000원씩 올렸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든다”며 “손님이 많이 오셔도 마냥 기쁘지만도 않다”고 털어놨다.

“우동에 막걸리 한잔, 낙 사라지나”…“정부가 물가잡는 수밖에”

실제로 ‘가성비 갑’ 식당 주인들은 복잡한 심경이라고 했다. 식당이 위치한 곳 자체가 부자동네가 아닌데다 주로 찾는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푸짐한 한 끼를 위해 일부러 그들의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주저하게 되지만, 장사를 마치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ㄱ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식당 주변이 재개발 지역이고 손님들이 다들 형편이 어렵다”면서 “예전에도 500원 올렸을 때 ‘아쉽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또 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ㄴ식당 주인 B씨도 “여기 오는 분들이 대부분 60~70대 어르신들인데, 갖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겠냐”며 “3000원짜리 자장면, 우동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마시면서 낙을 찾는 분들한테 돈 더내라고 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재료가격은 자꾸 뛰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손님들도 아쉽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ㄴ식당의 20년 단골이라는 신모(남·73)씨는 “3000~4000원에 자장면, 짬뽕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까 자주 온다”면서도 “자장면 값이 오르면 막걸리는 못 마시게 될 것 같아서 안 올랐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ㄷ식당을 찾은 직장인 강모(33)씨는 “저렴하면서도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이어서 동료와 종종 찾는다”면서 “제가 장을 봐도 식재료 값이 많이 올랐다는 게 느껴지니까 가게 주인이 가격을 올려도 당연한 건데, 우리 입장에선 빨리 물가가 안정돼서 안 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계층이 더 크게 입는다”며 “저렴한 식당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서민층, 저소득층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공급 다변화를 해서 물가를 빨리 잡도록 노력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소재 ㄴ 식당 벽에는 고물가의 여파가 반영된 가격 메뉴판이 붙어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서울 종로구 숭인동 소재 ㄱ 식당 벽에는 고물가의 여파로 500원씩 가격이 인상된 메뉴판이 붙어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서울 중구 초동 소재 ㄷ 식당 벽에는 고물가의 여파로 500~1000원씩 가격이 인상된 메뉴판이 붙어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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