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금리 주고도 사정사정”…천덕꾸러기 된 오토론 ABS

[오토론 ABS 발행 비상]
메리츠·엠캐피탈 7% 고금리로 간신히 자금 조달
잘 팔리던 오토론 ABS ‘찬밥신세’
“우량채로 봐주기 어렵다”...금융위기때 금리 줘야 팔려
  • 등록 2022-11-28 오전 6:00:00

    수정 2022-11-28 오전 7:10:54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만 문제인 게 아니다. 오토론 유동화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수요 위축으로 캐피탈·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여전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자동차 관련 대출을 묶어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조달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외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토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금리가 금융위기 시절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기 시절 금리 줘야 팔리는 오토론 ABS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22일 평균 7%에 가까운 금리를 주고 ‘메리츠오토제구차유동화전문’ ABS를 발행해 4120억원을 가까스로 조달했다. 물량별로 세부 조건을 살펴보면 전체 발행액 중 만기 3년이 채 안 되는 2670억원의 물량에 6.9% 안팎의 금리를 주고 발행했다.

지난해 11월 메리츠캐피탈이 4500억원대 ABS를 발행했을 당시 평균 1~2% 사이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가 3배 넘게 뛰었다. 발행 ABS의 기초자산 대부분이 오토론으로, 신차 및 중고차 대출채권과 할부·리스 채권 등 차량 관련 대출채권이 87.8%의 비중을 차지한다. 발행 주관사는 하이투자증권과 KB증권이 맡았다.

메리츠캐피탈 ABS는 발행일 기준 신용평가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받았다. 메리츠캐피탈 ASB 발행 당일 무보증 회사채 AA- 금리가 5.5%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AAA 등급임에도 발행시장에서 훨씬 더 비우호적인 대접을 받은 셈이다.

오토론 ABS는 금융사가 보유한 자동차 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오토론이 주요 영업자산인 여전사들이 주로 발행하며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통상 권종분리를 통해 선순위인 제 1종 수익권을 유동화 대상 자산으로 하기에 유동화사채 평가에서 AAA급을 받는다. ABS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삼는 만큼 통상 발행금리가 낮고 장기발행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금리·기간 모두 불리해졌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오토론·소비자금융채권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여전채 발행이 쉽지 않자 대체 자금 조달 수단으로 오토론 등의 유동화증권 발행 금액을 늘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오토론 기반 ABS 발행마저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서 여전사들의 자금 주머니 사정이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엠캐피탈도 최근 오토론 등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7% 안팎의 금리를 주고 간신히 ‘엠캐피탈제삼차유동화전문’ 발행에 성공했다. 이 ABS를 통해 12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가 3년이 채 안 되는 발행물 600억원에는 7%대 금리를, 만기가 6개월·1년인 600억원 물량에는 6%대 금리를 줬다. 엠캐피탈제삼차유동화전문도 NICE신용평가에서 AAA등급을 부여 받았다.

당초 최대 5%대 금리를 희망했지만 금리를 7% 수준으로 높여 잡고도 수요가 없어 투자자 찾기에 한참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엠캐피탈은 상반기만 해도 평균 2~3%대 금리에 ABS로 15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조달 여건이 극히 악화됐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오토론 ABS, 우량채로 못 쳐줘”…냉담해진 시장 반응


채권 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서 오토론 기반 ABS는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얼어붙은 투심 속에 금리를 높게 주는 우량채가 쏟아져나오는 상황. 같은 AAA급 우량채여도 시장의 비교우위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통상 오토론 관련 유동화물을 선뜻 매입해가던 기관들이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오토론 기반 ABS를 사주던 기관들이 대부분 돌아서서 사줄 곳이 없다”며 “자금 조달이 막혀서 오토론 ABS를 들고 사던 곳 안 사던 곳 가리지 않고 온갖 부서 문은 다 두드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채권시장 분위기도 문제지만 자동차 담보 대출 채권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와 중고차 시세 하락을 감안하면 자동차 대출 채권을 우량채로 쳐주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제안 오는 것들 중 오토론은 제일 후순위로 미뤄서 검토할까 말까”라며 “기존에는 자동차 담보 채권을 우량하게 쳐줬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기초자산인 중고차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오토론 채권을 우량채로 봐줄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선 신용경색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들고 올 이유가 없다”며 “ABS에 일부 수탁자 신용공여가 붙어 있어도 대부분 200억~300억 수준에 그친다. 발행사들이 요즘 사정 안 좋은 여전사인데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