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빚투에 웃는 증권사…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뜯어보니

지난해 3Q 누적 신용융자 수익 1.2조
거래대금 위축에도 증권사 선방
10%대 이자율 적용 증권사 확산
기준금리 인상에 신용융자 금리 상승 불가피
고객등급 및 계좌 방식별 금리 천차만별 비판
당국 "은행대출과 달라…자율적 조정 우선"
  • 등록 2023-01-18 오전 5:31:00

    수정 2023-01-18 오전 5:31:00

[이데일리 김응태 최훈길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해에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으로 1조원 넘게 벌어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며 ‘빚투(빚내서 투자)’가 줄었지만,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오른 덕분에 수익이 크게 줄지 않았다. 신용거래융자 금리 10% 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조달 비용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 상승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신용융자 금리 10% 시대…증권사 이자수익 ‘쑥’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9개 증권사에서 벌어들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조2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3432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연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무난히 넘기게 됐다.

신용거래융자로 가장 많은 수익을 확보한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으로, 2021억원을 취득했다. 뒤이어 키움증권(039490)(1818억원), 미래에셋증권(006800)(1711억원), NH투자증권(005940)(1505억원), 한국투자증권(1218억원), KB증권(1071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전년보다 오른 곳도 4곳이나 됐다. 자본총계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에선 키움증권이 전년 대비 24.7% 증가했다. 상상인증권(001290)은 전년보다 이자수익이 37.1% 늘어 증권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BNK투자증권과 신영증권(001720)도 각각 15.9%, 4.6% 수익이 늘었다.

거래대금 감소로 증시가 부진했지만,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종의 대출로, 금리 은행 대출금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차증권(001500)을 필두로 유안타증권(003470), 삼성증권이 10%대의 이자율을 적용했으며, 올해는 신한투자증권이 10%대 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KB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메리츠증권(008560), 미래에셋증권 등도 사실상 이자율이 10%대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왜 고공행진하나

증권사들은 글로벌 긴축 정책 여파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회사채 수익률 등의 기준금리를 책정한 뒤 신용프리미엄, 업무 원가, 목표이익률, 자본비용 등의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

예컨대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신용거래융자를 90일을 초과해 이용할 경우 기준금리로 5.52%의 CP 91일물 금리를 적용한 뒤 리스크프리미엄, 업무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한 4.48%의 가산금리를 더해 총 10.0%의 금리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CP 금리 등의 시장금리 상승이 연동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오르는 구조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가 7번 연속 인상된 탓에 신용거래융자 금리도 동반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회사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반영해 결정하는 구조로 단순히 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CP 금리가 4%대로 하락하고 CD 금리도 내림세를 보이는데,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국제유가가 오를 땐 국내 휘발유·경유값을 빠르게 올리면서, 유가가 하락할 땐 국내 기름값을 천천히 내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신용융자 금리의 격차가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비해서 편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은 수신금리를 기초로 대출금리를 산정해 업체별 차이가 작다. 반면 증권사는 기준금리를 설정하는 기준이 CP, CD, 회사채 등 제각각이라 스펙트럼이 넓다. 여기에 가산금리에 적용되는 증권사 신용 프리미엄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큰 것도 영향을 미친다.

조달 구조를 논외로 하더라도 증권사가 고객별, 계좌 설계 방식 등에 따라 적용하는 책정 방식에 자율성이 과도하게 부여돼 격차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고객을 4등급으로 나누는데, 상위 등급인 ‘마이론플래티넘’ 고객이 1~7일 신용거래융자를 이용하면 연 7.0~7.2%의 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일반 등급 고객이 이용할 경우 9.8~10%의 이자율을 부여한다.

대면과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 격차도 상당하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비대면 개설 계좌를 이용한 고객이 신용거래융자 이용 시 이자율을 기간과 상관없이 연 9.8% 일괄 적용하는 반면, 대면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1~7일간 이용하면 4.9% 금리만 부과한다.

더욱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천차만별인데 소비자가 더 낮은 금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융투자협회 공시시스템에서는 기간별 대표 이자율을 대면 및 우수 고객 기준으로 전면에 제시하고 있다. 자칫 첫 비교 화면만 보면 우수 고객이 아니거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이 저렴한 금리로 받을 수 있도록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달 대면과 비대면 금리 방식을 공시 방식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천차만별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규제 가능할까

현재 정부는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책정 방식이 고객별로 또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 간 2배 이상 격차가 나는 것에 대해서 직접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증권사의 자율적인 영업 방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자율이 대면과 비대면 방식 차이로 2배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합리적인지 여부는 회사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이자율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고금리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은행 대출과는 일대일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청한 것과는 상이한 대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대출은 생계형인 반면 증권사 대출은 투자형으로 성격이 다르다”며 “증권의 경우 오롯이 투자자의 자기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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