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유인촌 父子가 연기하는 '페리클레스'

주인공 역…일생 나눠 한 무대
"한 무대는 처음..본인이 선택한 길"
양정웅 연출 설득 끝에 출연 결심
2시간40분, 인생 파노라마 펼쳐져
과감한 생략, 예술·대중성 잡았다
  • 등록 2015-05-31 오전 12:29:34

    수정 2015-06-01 오전 3:39:54

연극 ‘페리클레스’서 2인 1역 맡은 부자(父子) 유인촌(왼쪽)·남윤호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희망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다 우리처럼 지랄하며 산다구” “우리 모두 비슷한 슬픔의 무게를 견디고 있어요” 등….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나오는 대사 전부는 하나 같이 시적이다. 얼핏 보면 방랑과 모험을 그린 작품인 듯싶지만 한편의 철학서에 가깝다. ‘시간’과 ‘운명’,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인생을 훑으며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힘이다.

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등 감각적이고 흥겨운 셰익스피어로 본고장 영국에서도 인정받은 연출가 양정웅이 15년간 5개국을 떠돌며 겪는 모험담을 완성도 높은 무대로 끌어올렸다.

젊은 페리클레스를 연기하는 남윤호(사진=예술의전당).
티레의 왕 페리클레스가 쫓기는 신세가 된 이후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온갖 힘든 역경을 겪으면서도 딸, 아내와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다. 가로 20m, 세로 35m에 달하는 무대 전체에 깔린 50t의 모래는 땅인 동시에 바다. 폭풍 같은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주인공 페리클레스를 연기하는 배우는 유인촌(64)·남윤호(31·본명 유대식) 부자(父子)다. 젊은 페리클레스는 아들이, 노년의 페리클레스는 아버지가 맡았다.

오랜만에 대극장 무대에 선 유인촌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춤과 노래, 폭풍 속 빠른 전개로 다소 산만할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의 인생과 겹쳐 들리는 달관한 대사는 압권이다. 아들 남윤호 역시 차분히 역할을 소화해내 극의 균형을 이끌어낸다.

유인촌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극계에서도 (부자지간을) 아무도 몰랐다. 같이 무대에 선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아들은) 극단 여행자 단원으로 들어가서 3년 (활동)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아들에 대한 배우인 아버지로서의 심정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하겠다는 걸 어떻게 반대하나”며 웃음지은 뒤 아들과의 첫 무대 소감에는 담담하게 “좋죠”라고 짧게 답했다.

아들인 남윤호는 영국 로열할로웨이대학에서 영화를, 미국 UCLA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3년 전부터 극단 여행자 소속 배우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미오와 줄리엣’ ‘히에론―완전한 세상’ ‘정글북’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부자인 사실을 알고 다시 연극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생의 반이 훌쩍 지난 연극 후반부. 젊은 페리클레스와 늙은 페리클레스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연기를 교체하는 장면이나 닮은 꼴 2인이 연기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2시간 40분이 훌쩍 지난다.

한 남자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젊은 페리클레스는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제왕이다. 자기가 원하는 건 취하면서도, 정작 인간이 원하는 것은 주지 않는구나”라고 탄식하지만 삶의 후반에 늙은 페리클레스는 “많은 일을 겪어왔지만 지나 오니 찰나였다. 시간은 과거라는 등불을 들고 현재를 비춘다. 헤어진다 해도 다시 만날 희망이 있는 것, 이게 바로 산다는 것 아닌가”라고 인생을 회고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은 연극은 이제 딱 1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티켓가격은 3만~6만원. 02-580-1300.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나 홀로 집에' 이제 끝... 우리동네키움센터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