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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벌써 1년이다.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말쑥한 모습으로 등장해 시청자에 처음 인사했던 2기의 새 얼굴도 이제는 낯이 익다. 토론을 거듭하며 우리말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자국을 대표하는 멤버로서 맹활약 중인 ‘비정상회담’ 2기 출연진을 만났다. 모든 인터뷰는 우리말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몰랐던 일본의 진짜 모습을 공부한 1년이었어요.”
오오기 히토시(이하 오오기)를 보면 일본인이라는 느낌이 딱히 들지 않는다. 올해로 스물여섯인 그의 고민은 우리 청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8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취방 보증금을 어떻게 구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빠듯한 수입에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것도 없는데 보증금을 구하기 어렵다며 울상이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 물었더니 ‘운동’이라 답했다. “몸이 너무 말라서 여름옷이 안어울린다”며 웃었다. 보증금 마련이 고민이면서 동시에 청춘의 멋도 내고 싶다. 우리 청년과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그만큼 한국을 가깝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오오기는 지난 1년을 놓고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며 지금처럼 일본을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한국의 정치와 국제정세를 놓고 토론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일본)의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본 친구들을 만나면 ‘투표해야 일본의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치 격변을 함께 겪으며 느낀바가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방송 경험이 없는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출연해도 될까라고 생각했다. 오오기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내성적인 성격에 가까웠고 토론에도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것이 운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것을 바뀐 1년”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당장 민감한 외교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오오기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개인의견이라고 한다 해도 일본을 대표해서 방송에 출연한 만큼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혼자 반성할 때도 잦고요. 무엇보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팩트체크’를 열심히 하는 게 아마도 저일걸요?”
오오기의 어릴 적 꿈은 외교관이었다. 그는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것은 하나의 민간외교와도 같다”며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으로 지내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오기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청년이다. “주목받는 걸 즐기는 듯하다”고 말할 정도다. 애니메이션을 제작일을 하러 한국에 온 그는 이제 전문 방송인이나 연기 도전도 꿈꾼다. 현재 모 어학원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만큼 모국어인 일본어의 문법도 공부하고 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경험이 앞으로 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방송에 출연하는 게 재밌고 토론하는 것도 즐거워요. 누군가에게 일본어나 일본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도 좋아요. 일단 하고 싶은 건 다 하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