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3년, 정년은 30년"…공직사회 워라밸·보신주의 확산

야근 줄고 연가 12일로 늘고, 워라밸 강화
‘공직 의무 1순위’ 50대 75% Vs 20대 49%
문제는 워라밸 넘어 일 안 하는 소극행정
‘적극행정’ 43% 그쳐, “총선 앞둔 복지부동”
  • 등록 2019-05-20 오전 5:00:00

    수정 2019-05-19 오후 8:34:54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기 녹색성장위원회 1차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박일경 기자] 4대강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뒷짐 쥔 채 요지부동이다. 한강·낙동강 수계 11개보 처리 방향이 윤곽조차 못 잡고 있다. 4대강 문제가 전·현 정권 간 이데올로기 싸움터로 변하자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선거를 앞두고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사무관 인사 발령을 내면서 고민에 빠졌다. 전통적인 장·차관 승진 코스인 경제정책국 지원자가 과거보다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젊은 직원일수록 야근 많고 주말에도 일하는 부서를 기피한다”고 귀띔했다.

공무원들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정쟁이 격화하자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정권에서 국정과제 수행에 헌신했다가 퇴출되거나 한직으로 물러난 선배 동료들을 보면서 집권 세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보신주의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공보다는 워라밸(일가정 양립)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공직 사회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공직사회에 조직 논리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적극행정 요구하되 무리수 정책 수정해야”

최근 추세를 보면 소극행정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한국행정연구원 ‘2017~2018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나는 업무수행 중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한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그렇다+매우 그렇다, 중앙부처 기준)이 2017년 48.8%에서 2018년 43%로 감소했다.

세종 관가에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행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격화할 경우 그 칼날이 고스란히 소관부처로 향할 수 있어서다. 특히 노동,에너지, 4대강 등 경제·환경 이슈로 연결되는 사안들의 경우 자칫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다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공무원은 “이제 경우 정권이 2년차를 맞은 시점”이라며 “벌써 이런 데 정권 말로 가면 야당 공격이 얼마나 심하겠나”라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뒤집어질 것이란 게 관료들 생각”이라며 “적극행정을 할 분위기를 만들고 무리한 정책에 대해선 수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대신 국세청 가는 행시 수석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국가직 비현업직 기준)의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017년 28.6시간에서 2018년 24.4시간으로 감소했다. 반면 공무원(국가직 기준)의 연평균 연가 사용일은 2017년 10.9일에서 2018년 12.3일로 증가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워라밸 근무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직원일수록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중앙·지방정부 대상 ‘2018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나는 언제나 개인적 가치보다 공적 의무를 중시하며 업무를 수행한다’는 설문에 50대 이상 공무원은 75.2%가 긍정(그렇다+매우 그렇다)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20대 공무원은 긍정 입장이 48.6%에 그쳤다.

행정고시 수석들이 선택하는 부처도 바뀌고 있다. 인사처에 따르면 2016·2017년도 국가직 5급 수석 합격자는 모두 국세청에 배치됐다. ‘행시 수석=기재부’ 공식이 깨진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매일같이 초과근무를 해도 지자체나 다른 부처와 임금 등 처우가 똑같은데 왜 해야 하냐’는 불만이 많다”며 “이런 인식 때문에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퇴직 후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세무 쪽 지원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가 워라밸을 넘어 보신주의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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