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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가 한·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20.0%까지 떨어졌다.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같은 반한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엔 일본인들의 분노를 부추기기 위해 북한을 끌어들이기까지 하고 있다.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일본인들에게 북한은 자국민을 납치하고 미사일을 쏴대는 깡패국가다.
어쩌면 아베 총리가 기대하는 건 한국인의 감정 폭발일 수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여행을 막고, 일본인 연예인을 방송에서 퇴출시켜 반한감정에 기름을 부어준다면 참의원 선거 압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한·일 갈등 격화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선거 필승 전략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불통과 억지로 이득을 보려는 이들에게 내놓아야 할 카드는 소통과 설득이다.
상황이 정리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라인에는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외교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유로, 남북관계가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무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가의 기강이 선다. 가까운 일본과 갈등을 이어가면서 얻을 이익은 무엇 하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