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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약금 취소 상담건수 2천여건 달해
2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코로나 관련 위약금 취소 등에 관한 상담건수는 2442건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국외여행은 1645건, 예식서비스는 359건, 항공 여객운송서비스는 427건이다. 이중 정식으로 피해구제 신청이 들어간 것만 100여건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책임이 아닌 코로나19에 따른 취소인 만큼 위약금 없이 환불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규정상 보상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대부분 여행사나 항공사는 중국이나 이스라엘 등 한국인 입국금지 지역 여행상품·항공권은 취소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현지사정에 의해 부득이하다고 여행사와 여행객이 합의한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환불이 가능하다는 국외여행 표준약관 규정을 따른 조치다.
문제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여행자제를 권고한 동남아시아 지역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나 브루나이,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에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하는 국외 여행 표준약관에는 ‘태풍 홍수 등 천재지변, 전쟁,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여행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천재지변이라면 위약금이 전부 면제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여행사나 항공사도 쉽게 환불을 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역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소비자원, 한국여행업협회와 현안회의를 열었으나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항공사, 여행사, 소비자간에 적절하게 비용을 나눌 수 있도록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현 규정만으로는 위약금을 면제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단체에서도 사업자에 소비자 의견을 전달하고 중재를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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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래동에서 사는 이모(30)씨는 이번 주말 결혼을 할 예정이었지만 웨딩홀에서 취소할 경우 총비용의 35%의 위약금을 물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소보증인원(당일 결혼식장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하객 인원)을 줄여보려고 해도 웨딩홀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하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예상인원보다 적게 올 수밖에 없지만 음식값은 다 지불해야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식장 취소 문제도 복잡하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90일 전 취소할 때는 계약금 환불, 60일 전 취소에는 총 비용 중 10%, 30일 전까지는 20%, 그 이하는 35%의 위약금을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코로나 19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어 위약금을 전부 면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소보증인원’ 변경 문제는 표준약관에서 규정한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예식장입장에서는 인원이 줄 경우 발생하는 피해액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더라도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는 셈이다.
윤 사무총장은 “감염이라든지 아니면 천재지변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 테러라든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쟁해결 기준이 조금 더 개선돼야한다”면서도 “안타깝지만 현재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서로가 중재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