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1번지]“추념 거를수 없다” 안보 쥔 文vs“기본소득” 훈수 둔 金

안보 문제에서 환골탈태한 민주정부
문 대통령, ‘안보’ 행보 적극나서며 보수의 ‘안보 정당’ 이미지 희석
“기본소득” 꺼내 든 김종인..진보 가치 언급하며 이슈 선점
‘보수’ ‘진보’ 가리지 않는 여야간 정책 경쟁에 기대
  • 등록 2020-06-06 오전 5:30:00

    수정 2020-06-06 오전 5:30:00

지난 2016년 1월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대위 위원장과 문재인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기리는 추념식을 거를 수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이었습니다.”

지난 4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일 개최될 제 65회 현충일 추념식이 서울이 아닌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릴 것을 알리면서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가 다시 서울에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현충일 추념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전에서 하면 되지 않겠나”라는 말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특히 안보 분야에 신경을 써왔다. 국방비를 GDP대비 3%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연평균 7.9%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2020년도에는 사상 최초로 국방비 50조원 시대를 열었다.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이명박 정부 때 6.1%, 박근혜 정부 때 4.2%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이끌어낸 것도 군사·안보의 커다란 성과다. 올해부터 병사 월급을 33.3% 인상하는 등 2022년 최저 임금의 5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공약도 진행 중이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지원하는 국가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유공자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시계를 19대 대선 이전인 2017년 초로 돌려보면 문 대통령이 이 같이 안보 분야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점이 짐작된다. 대선 투표를 불과 4일 앞둔 시점에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적극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제 국민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라고 다소 자극적 유세 발언을 한 배경도 이 같은 색깔론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대북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방위비분담금 등을 둘러싼 한미 동맹 관계 등에서 긍·부정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으나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앞선 민주 정부나 그 후보들이 받았던 색깔 공세에서 충분히 벗어났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되면 한미 동맹은 깨질 것”이라는 공세가 허망한 것임이 드러났다.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선출되기 직전 특강에서 한 발언으로 전해졌다. 비공개였기 때문에 정확한 발언을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만을 음미해본다고 해도 이전의 통합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다. 당의 정강·정책부터 시대정신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진보의 산물로 느껴졌던 기본소득제를 언급하면서 주도권을 쥐었다.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며 “그런 가능성을 높여줘야 물질적 자유라는 게 늘어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제 이슈를 선점했다.

물론 기본소득제가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수많은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보정당 사이에서 오르내리던 기본소득제를 통합당이 먼저 언급했다는 점만을 눈여겨 보면 김 위원장의 인식처럼 ‘보수’나 ‘진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안보 대통령’을 자임하겠다던 다짐처럼 말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정치권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던 데 비하면 정당간 정책 세결은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이 꺼냈던 70%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넓혀놓고 총선 이후에 다시 반대를 했던 통합당을 떠올리면 김 위원장의 아젠다 주도는 달라질 정치 지형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 이슈 선점은 과거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제20대 총선이 끝난 직후 “보다 적극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물꼬를 먼저 트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 금기시돼왔던 구조조정의 필요성 먼저 발언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생긴 변화다. 더이상 정당이 과거의 낡은 가치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찾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177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자만해서도 안되고 103석의 제1야당이 낙담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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